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이끌어 온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두고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거론됐던 '잘루즈니 총사령관 경질설'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두 사람의 갈등과, '정치적 경쟁자'로 떠오른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한 부담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 인터뷰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 교체설 관련 질문을 받자 "확실히 재설정(reset),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며 "단지 한 사람에 관해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리더십의 방향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둘렀지만 '잘루즈니 총사령관 해임설'을 사실상 인정한 대답이라는 해석이 다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은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소식통을 인용해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지난달 29일 대통령 집무실 회의에 소집된 뒤 '자신은 해임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해임 교체설이 불거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관련 보도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아직 해임 공식 발표도 없었다. 그런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4일 인터뷰에서 교체설 관련 내심을 드러낸 것이다.
해임 결정은 오랜 갈등의 결과로 풀이된다. 익명의 우크라이나 소식통은 "지난달 29일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올해 동원할 군인 규모를 놓고 두 사람의 의견 차이가 극에 달했다"고 WP에 말했다. 이에 따르면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50만 명의 추가 병력 동원을 주장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용 물자, 시설, 급여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잘루즈니 사령관은 러시아가 추가 동원할 40만 명의 군대와 규모를 맞춰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군을 이끌어온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지난 1년여간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는데, 젤렌스키 대통령 측에서 "러시아에 득 되는 발언"이라고 공개 질책하며 갈등이 표면화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치적 경쟁자로 부상한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도 있다. CNN은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키이우 국제사회학 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잘루즈니 사령관의 우크라이나 국민 내 신뢰도는 88%였으나 젤렌스키 대통령 신뢰도는 62%에 그쳤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차기 대통령 경쟁을 벌일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거론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대선은 당초 올해로 예정돼 있었지만 전쟁으로 유예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