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없는 공천" 강조한 尹, '윤심' 후보 중 본선 티켓은 누가?

입력
2024.02.11 12:00
공천 신청 현황상 38명 이상 등록
21대엔 靑 출신 30명 본선행, 19명 당선
낮은 尹 지지율, 당무개입 논란 변수

국민의힘이 설 연휴 직후인 13일부터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시작한다. 단수 지역 공천 결과 발표와 함께 공천 윤곽이 서서히 드러난다. 여당 공천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대통령실 출신 후보 중 몇 명이 본선행 티켓을 잡을지 여부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일 '공정 공천'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상당수 텃밭으로 쏠린 이들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충돌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용산 출신 약 38명 도전장… 비서관급 대거 텃밭 출마

지난 4일까지 마감된 국민의힘 22대 총선 공천 신청자 현황에 따르면, 윤 정부 대통령실 근무 경력 인사는 행정관급을 포함해 38명이다. 수석비서관급에선 김은혜 전 홍보수석(경기 성남 분당을),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충남 홍성·예산)이 도전장을 던졌다. 서울 강남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안상훈 전 사회수석은 공천 신청자 명단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비례대표 공천 가능성 등이 남아있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에,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은 안산 상록갑에 공천을 신청했다.

비서관급은 여권 '텃밭'인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출마가 두드러졌다.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경북 구미을),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경북 김천), 박성훈 전 국정기획비서관(부산 진갑),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서울 강남을),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대구 북갑),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갑),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경북 구미을)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에 도전한 인사는 서승우 전 자치행정비서관(충북 청주 청원)과 전희경 전 정무1비서관(경기 의정부갑)에 불과하다.

15명의 행정관급 출신 후보 가운데 10명 안팎이 수도권을 비롯한 여권 열세 지역에 도전하는 것과 달리, 비서관급 이상 출신에선 13명 중 9명이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다. 하태경 의원의 서울 중·성동을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해운대갑에 도전하는 주 비서관을 제외하면 8명이 현역 의원과 함께 공천 신청서를 냈다. 홍문표 의원의 충남 홍성·예산(강승규), 박형수 의원의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임종득), 김영식 의원의 경북 구미을(강명구·허성우), 송언석 의원의 경북 김천(송언석), 서병수 의원의 부산 진갑(박성훈), 박진 의원의 서울 강남을(이원모), 양금희 의원의 대구 북갑(전광삼) 등이다. 이들에 대한 교통 정리 여부가 이번 공천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文 땐 절반 이상 공천 통과… 尹 지지율, 당무개입 논란 등 변수

공천 결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문재인 정부 3년 차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약 50명의 청와대 출신 참모들이 도전장을 냈고 이 중 30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당시에도 당정은 치열한 검증을 예고했지만, 절반 이상이 공천을 통과했다. 결국 30명 중 19명이 최종 당선되며 국회 내 친문재인계 영향력은 더욱 강해졌다. 다만 당시 총선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었고, 당에 대한 문 대통령 장악력이 상당하던 시기에 치러졌다. 반면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안팎에 머무르고 있고, 당내 친윤석열계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라는 점이 차이다. 친윤석열계 후보라고 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 힘든 게 여권 내외부의 환경인 셈이다. 더구나 지난달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둘러싸고 불거진 '윤·한 갈등'이 공천을 통해 다시 표면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이 5일 '대통령실 참모 양지 출마'를 비판하는 보도가 이어지자 "대통령은 누구도 특혜받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당에 누차 당부한 바 있다"고 입장을 낸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후보들 사이에선 '참모 출신들의 입장이 대통령실을 나올 때와 달라졌다'는 말부터 '여전히 임기 절반 이상이 남은 대통령과 가까운 것이 선거에 보다 유리하다'는 말까지 여러 얘기가 나온다. 참모 출신인 한 후보는 "특혜 시비 탓에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특혜를 받아선 안 되겠지만, 이유 없이 불이익을 받는 것도 부당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