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로운미래’ 중앙당 공동 창당대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도 신당 ‘새로운미래’와 민주당 탈당파 의원(김종민·이원욱·조응천)들이 주축인 '미래대연합'이 한 배를 타기로 한 날 연단에 오른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의미심장한 축사를 남겼다.
"거대 양당을 심판하겠다"며 제3지대에 나온 5개 세력이 6개의 당명을 내걸고 주도권 다툼을 했지만 정작 유사한 당명과 유리된 당심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에서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날도 미래대연합에선 주축 의원 3명 가운데 2명(이원욱·조응천)은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4월 총선을 60여 일 앞두고 창당 또는 창당 준비단계에서 제시된 제3지대 정당만 새로운선택과, 한국의희망, 개혁신당, 미래대연합, 새로운미래, 개혁미래당까지 6개다. 이 중 새로운선택과 한국의희망, 개혁신당, 새로운미래만 실제 창당으로 이어졌다. 개혁신당과 한국의희망이 합당한 탓에 설 연휴 전까지 정식 당명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건 새로운선택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까지 단 3개. 9일 3지대 통합으로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당명은 '개혁신당'뿐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의 새로운 대안 세력이라는 의미를 품으면서도 개혁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세력 간의 연합까지 고려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부터 이들의 차별화는 쉽지 않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너무 많은 정당명이 등장했다가 사라졌고, 기존에 만들어진 정당들도 많아 새로운 당명을 짓는 입장에서도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등장한 정당명 가운데 가장 수명이 짧았던 당명은 지난달 28일 등장했다가 단 일주일 만에 소멸한 '개혁미래당'이다. 지난달 28일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이 공동창당을 발표하면서 가칭 개혁미래당으로의 출범을 선언했지만, 결국 일주일 뒤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의 공동창당대회에서 개혁미래당이라는 이름은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미래'라는 당명이 정식 당명으로 채택됐다.
유사한 당명을 둘러싼 신경전도 벌어졌다. 지난달 20일 창당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며 "무임승차는 지하철이든, 당명이든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낙연 전 대표는 "당명은 임시로 개혁미래당으로 정했으나 국민 공모를 통해 정식 당명을 확정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3지대 정당 중에서는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8월 28일 창당한 한국의희망이 가장 오래 간 편이다. 양 원내대표는 챗GTP 등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정당명을 만들었다. 양 원내대표는 "창당 당시 과거보다 미래로 가고 희망을 주는 의미의 정당명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며 "전 세계의 당명과 청년, 미래 등 여러 키워드를 적용해 본 결과 한국의희망이 가장 적합한 당명이라고 판단됐다"고 했다.
실제 양 원내대표는 3지대 합당의 조건으로 ‘당명 유지’를 내걸었고, 지난달 29일 개혁신당과 합당 선언 때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유지하되 한국의희망을 당 슬로건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근 합당 작업을 완료하면서 총선 이후엔 개혁신당의 당명을 한국의희망으로 교체하기로 합의했다. 3지대 통합 과정에서도 이견은 없었다고 양 의원은 밝혔다.
이들이 표를 얻어야 하는 유권자들에게 당명은 큰 관심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 교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민들은 대부분 금방 사라질 이름이라고 보고 관심이 없다는 점"이라며 "유권자들도 굉장히 섬세하고 똑똑해 (합종연횡에 따른) 장점은 물론 부작용도 체득해 온 점을 신당들이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