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 혹시 정치 얘기로 얼굴 붉히지는 않으셨나요. 올해는 특히 4월 총선이 코앞이라 더욱 시끌벅적했을 것 같습니다. 정치권도 매년 '명절 밥상'에 자신들에 대한 좋은 이야기가 오르내리길 바라며 여러 이벤트를 준비하곤 합니다.
올해 정치권이 특히 공들인 '설날 밥상'이 있습니다. 바로 총선에 나서는 국회의원 후보입니다. 벌써 몇몇 지역은 누가 후보로 나서는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론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는 곳이거나 이른바 '깃발 꽂으면 당선'인 각 당 텃밭 지역은 후보가 결정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양당이 친윤석열(친윤)이니 친이재명(친명)이니 하며 계파 싸움을 벌이는 이유 또한 총선 후보에 오르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국회의원 후보, 얼마나 치열한지 알고 계신가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역구 253곳에 도전장을 낸 예비후보자만 1,421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경쟁률 5.6대 1에 달하죠. 이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668명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546명이 예비후보자로 등록을 했습니다. 양궁은 올림픽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듯, 거대 정당일수록 당내 후보 경쟁이 본선보다 더 치열합니다.
그런데 예비후보가 뭐냐고요? 말 그대로 공식 후보가 아닌, 후보 준비생입니다. 예비후보로 등록을 하면 공식 선거운동 기간(다음 달 28일~4월 9일) 전에도 일부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정치 신인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한다면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거나 선거사무원을 고용할 수도 있죠. 다만, 이들이 우리 동네의 '정식' 국회의원 후보는 아니라는 점을 꼭 유념하세요.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하려면 당대표의 직인이 찍힌 '공천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공천장을 누구에게 줄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경선'이죠. 이 경선을 심사하는 기구를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줄여서 '공관위'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 동네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곳이 각 당의 공관위인 것입니다. 그만큼 힘이 막강하죠.
요즘 뉴스에서 '컷오프'라는 단어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컷오프는 속칭 '입구컷'입니다. 공천 심사조차 받지 못한다는 뜻이죠.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기도 합니다. 컷오프당한 의원이 탈당해서 다른 정당으로 소속을 옮기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심지어 컷오프 의원들이 신당을 창당하는 경우도 있어요.
반면에 '전략공천'도 있습니다. 중요한 지역구에 특정 인물을 전략적으로 공천한다는 의미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낙하산 공천'이죠. 전략공천자는 경선 과정 없이 곧바로 국회의원 후보가 될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을 누립니다. 당연히 해당 지역에서 열심히 선거운동하고 있던 예비후보자들은 졸지에 공천 탈락하게 되는 것이고요. 어디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되고, 어떤 인물이 그곳에 '무혈입성'하는지 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특히, 당대표나 대통령과 가까운 측근이 전략공천을 받게 된다면 '특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