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조만간 공개된다. 법안 공개 전부터 플랫폼 업계와 미국 상공회의소 등 반발이 거세지만, 공정위는 법안을 토대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정공법’을 편다는 방침이다.
4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플랫폼법의 법안 초안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이달 중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플랫폼법은 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지닌 거대 플랫폼 기업(지배적 사업자)을 사전 지정하고, △끼워팔기 △자사 우대 △최혜대우 △멀티호밍(다른 플랫폼 이용) 제한 등 4대 반칙행위를 제재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미 기존 공정거래법상에서도 규율되는 반칙행위지만, 일정 기준 이상의 거대 기업을 대상으로 일종의 ‘패스트 트랙’을 만들어 위반행위를 빠르게 판단·제재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정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에 검토안을 보냈다. 검토안에는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정량 기준을 정했는데 △국내총생산(GDP)의 0.075% 이상 연매출 및 이용자 수 750만 명 이상 △GDP 0.025% 이상 연매출액 및 시장 점유율 75% 이상 등인 플랫폼 기업이다. 국내 기업 중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배민)이, 글로벌 기업 중엔 구글 애플 메타 등이 해당된다.
공정위는 ‘정성 기준’도 고려하기로 했다. 해당 시장의 특성과 매출구조, 영업이익 등도 함께 보겠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쿠팡과 배민은 ‘지배적 사업자’ 지정 대상에서 제외될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독과점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신규 업체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배민은 시장 점유율(60%)은 높지만 매출이나 자산규모가 크지 않은 점이 고려되고 있다.
플랫폼법 제정이 임박하면서 반발 수위도 고조되고 있다. 우선 ①업계와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플랫폼법으로 인해 ‘소비자 후생이 저해된다’고 주장한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최근 “네이버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음식점이나 카페 등을 예약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서비스가 끼워팔기로 규제돼 제공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②통상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재계는 “미국 플랫폼을 불공정하게 겨냥하며 중국 공산당에는 선물인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③구글과 알리 등 해외 기업의 국내 매출액을 확인하고 제재할 방법이 없어 국내 기업에 ‘역차별’이라는 불만도 여전하다.
공정위는 쟁점 하나하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결합상품과 끼워팔기는 달라 '소비자 후생 저하'는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튜브 뮤직처럼 끼워팔기를 통해 점유율을 높인 뒤 가격을 인상하는 등 명확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것을 막겠다는 법”이라고 반박했다. 통상 문제 발생 우려에 대해서도 부처 간 의견조회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플랫폼법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경쟁법을 근거로 하고 있어 이를 다른 나라가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 정부 차원의 의견 전달은 없었고, 중국 기업도 기준을 충족하면 바로 규제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역차별 논란에 대해서도 "해외 사업자 대상 조사 시 이미 직권으로 매출액 등 자료를 제출받고 있고, 이를 거부할 시 형사처벌 대상이 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