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 수사 방향을 조언해 온 수사자문단을 폐지하고, 그 기능과 인원을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로 통합했다. 두 기구 역할이 겹친다는 국회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달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심위 운영에 관한 지침' 예규를 일부 개정한 뒤 당일 시행했다. 수심위는 사건 직접 수사 개시, 수사 진행 방향, 수사 적정성·적법성, 타 기관 이첩 요청 여부 등 공수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안을 심의하는 기구다.
개정된 예규에 따라 수심위는 위원수를 기존 10명에서 20명으로 늘렸다. 폐지된 수사자문단 정원 10명을 수심위에 모두 편입시킨 것이다. 또 수심위 내 심의·자문분과위원회를 신설해 각 위원회당 위원을 10명 이상씩 둘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수심위 개편에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15일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 수사자문단을 폐지했다. 수사자문단은 공수처 수사에 대한 외부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2021년 6월 도입한 기구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 수사의 적정성·적법성,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의 필요성과 방식 등을 다뤘다. 초대 단장인 박윤해 전 대구지검장에 이어 지난해 6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한 허익범 전 특별검사가 2대 단장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수심위와 수사자문단을 두고 "위원 구성, 회의 절차 등 유사한 부분이 많은데 별도로 구성해 예산을 편성하고, 회의 개최 실적도 저조해 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사자문단은 당초 매년 15회씩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2021년 1회, 2022년 5회, 지난해 3회 소집됐다. 수심위 역시 지난해 세 차례만 열렸다.
공수처 관계자는 "두 기구가 중첩된다는 국회 지적에 따라 정비한 것"이라며 "기존 위원들의 임기가 끝날 무렵 기능을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