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제 결정을 또 미뤘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안으로 유력하게 부상한 권역별 병립형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이재명 대표의 책임 떠넘기기 논란까지 번지자 결정을 미룬 것이다. 총선을 70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명분과 득실 계산 때문에 기본적 '룰'도 정하지 못하는 민주당을 향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2일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4시간에 걸쳐 선거제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회의 직후 강선우 대변인은 "선거제와 관련한 허심탄회한 소통이 있었다"고 했지만 "이 대표에게 선거제와 관련해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권역별 병립형제를 대안으로 전당원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최고위에서 사실상 제동이 걸리면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당 관계자는 이날 "최고위에서는 전당원 투표 논의까지 가지도 못했다"면서 "최고위원들이 결정 권한을 위임했고, 이후 어떤 절차를 밟을지는 이 대표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당초 국회는 이날 민주당에서 전당원 투표를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최종안을 만들고, 5일 정치개혁특위와 법제사법위원회, 6일 본회의를 열어 선거제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설 연휴 이후까지 선거제 결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 지도부는 권역별 병립형제에 소수 정당들을 위한 옵션까지 고려한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전당원 투표를 위한 실무절차까지 돌입했지만, 비례성 강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대표를 향해 "시민사회와 소수 정당 등의 비판을 정면 돌파하는 대신 당원들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이 이어지면서 다시 이 대표에게 공을 넘긴 것이다. 실제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도 "전당원 투표에 기대 결정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사실상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선거제 결정이 미뤄지면서 민주당을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의 전당원 투표를 겨냥해 "민주당에 갈 걸 그랬다. 정치하기 너무 편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 대표가 다음 주 설 연휴 전 선거제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지만, 그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정치개혁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을 감수하고 사과를 해야 하는 만큼 이 대표의 고민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중등록제 등 국민의힘과의 협상까지 고려하면 설 연휴 이후에나 결론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