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반도체 소재 기업 머크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 확대에 맞춰 국내 반도체 업계와 협력 강화에 나선다.
머크는 2일 서울 강남구 신라스테이 삼성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사업 및 투자 전략을 소개했다. 머크는 2021년 글로벌 단위로 5년 동안 3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그중 6억 유로(약 8,632억 원)를 한국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반도체 소재인 고유전율 전구체를 생산하던 엠케미칼(옛 메카로 화학사업부)을 인수하고 평택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제조시설을 확장하는 데 3억 유로(약 4,316억 원)를 집행했다.
머크는 앞으로 한국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남은 3억 유로 외 추가 투자 방안을 찾는 중이다. 아난드 남비어 머크 수석부사장은 "올해와 내년에 얼마나 투자가 필요할지 평가하려 한다"며 "고객사가 팹 투자를 계속하고 있기에 함께 발맞춰 투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도 "한국에 앞으로 반도체 메가 팹(공장)이 10개 정도 건설될 예정"이라며 "머크는 리더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시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머크가 반도체 산업 투자에 적극적인 건 신기술 등장으로 반도체 시장도 급변하고 있어서다. 남비어 부사장은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AI 애플리케이션(앱)의 가속화로 하드웨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30년쯤 되면 또 한 차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등장 덕분에 경기 사이클을 타는 반도체 산업도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3∼6%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머크는 국내 주요 고객사 중 한곳인 삼성전자와 공급망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남비어 부사장은 최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박람회인 'CES 2024'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과도 만났다. 남비어 부사장은 "경 사장과 AI 앱이 앞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10년 동안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머크는 1668년 독일의 제약사로 출발해 다양한 과학 기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화학·가스 소재에도 강점을 둔 기업이다. 1989년 한국에 진출해 경기 평택·안성·안산, 인천, 울산 등지에서 생산·연구시설을 운영하며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와 제조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