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재진입했다. 그러나 설 명절을 앞두고 신선식품물가가 14.4% 치솟는 등 장바구니 물가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계속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널뛰는 국제유가 등 상방 압력도 커져 향후 물가 경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2일 통계청은 1월 소비자물가가 2.8% 상승(전년 동월 대비)했다고 밝혔다. 월별 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7월(2.4%) 이후 6개월 만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8%)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다.
물가 하락의 1등 공신은 석유류 제품이다. 1년 전보다 가격이 5.0%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21%포인트 낮췄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상승률(2.6%)도 2021년 11월(2.4%)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서민 체감도가 높은 물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과일‧채소 등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물가는 지난해 12월(14.5%)에 이어, 지난달에도 14.4% 급등했다. 그중에서 신선과일은 28.5% 뛰었다. 사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6.8%, 배는 41.2% 치솟았다. 귤(39.8%)과 딸기(15.5%) 등 다른 과일도 마찬가지다.
파(60.8%)와 토마토(51.9%) 등 채소는 물론, 서민 생활과 밀접한 시내버스(11.7%)와 택시(18.0%) 요금도 상승했다. 지역난방비 역시 12.1% 뛰며 서민 가구 부담을 키우고 있다.
치솟은 신선식품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는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에 100억 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기존 590억 원에 추가 예산을 더해 품목별 할인율을 최대 40%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사과·배 계약재배 물량도 8,000톤 확대해 향후 수급 불안에 대비할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는 민생의 최전방”이라며 “2%대 물가가 조속하고 확실하게 안착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의 2%대 안착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 불확실성이 커졌고 농산물 등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6개월 만에 2%대에 복귀한 물가 상승률이 다시 3%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물가 하락을 이끈 국제유가가 상승 전환한 것도 이런 우려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지난해 9월 배럴당 90달러를 넘겼던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배럴당 77달러 안팎까지 하락했으나, 최근엔 82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