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기소에 따른 직위해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강동혁)는 차 연구위원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직위해제처분 취소 소송에서 2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직위해제 처분 당시 차 연구위원이 유죄 판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면서도 "법무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연구위원 직무 수행에서 공정성 저해 위험이 초래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차 연구위원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시절이던 2019년 3월 이규원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가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부당하게 금지한 사실을 알면서도 승인한 혐의(직권남용)로 재판에 넘겨졌다. 3개월 뒤인 2021년 7월, 법무부는 차 연구위원을 법무연수원으로 전보하고, 이듬해 5월엔 또다시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발령한 뒤 직위에서 해제했다.
그러나 직권남용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지난해 2월 15일 차 연구위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판세는 바뀌었다. 차 연구위원이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도 일부 받아들여져 업무에 복귀했다.
이에 법무부는 "직위해제 제도는 공무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는 등 일정 사유가 있는 경우 소송 등에 전념할 기회를 부여하고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직위해제 본래 취지에 맞도록 신중한 검토가 처분 당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 연구위원이 지난달 11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이미 제출한 점을 감안하면, 1심 결론과는 무관하게 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4월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11일은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의 사퇴 시한 마지막 날이었다. 아직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해 사표가 수리되지 않을 공산이 크지만, 이른바 '황운하 판례'에 따라 총선 출마 자체는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