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왜 높겠나"... 간호조무사 '대리수술' 시킨 의사 호통친 재판장

입력
2024.02.02 12:30
간호조무사 대리수술 시킨 의사 3명
1심서 집행유예 선고...2심 항소 기각
"고연봉, 잘 먹고 잘 살란 얘기 아냐"
"고소득, 의사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함 아냐"

"의사들이 잘 먹고 잘 살라고 연봉이 높은 거냐."

1일 광주지법의 한 법정. 재판장인 김평호 부장판사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기소된 광주의 한 척추병원 의사들에게 이 같은 일침을 날렸다.

이들 의사 3명은 2017~2018년 수술실에서 13차례에 걸쳐 간호조무사들에게 봉합 처리 등 대리 수술을 하게 했다. 이들의 지시로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간호조무사 3명 등도 함께 기소됐다. 이들은 1심 재판부에서 징역 1년~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3년과 벌금형을 동시에 선고받았다.

이들은 이날 항소심에서 피부 봉합 수술을 간호조무사들에게 맡긴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간호 또는 진료 보조 업무로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 의료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대리 수술이 불가피했다며 감형을 호소했다.

재판장은 그러나 "우리 법 체계에서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비의료인이 기계적이고 명확하며 위험성 없는 행위 외에는 진료 보조 행위를 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피고인들은 피부 봉합 행위가 큰 문제가 없다지만,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이례적으로 의사 연봉을 거론하며 피고인들을 훈계했다. 김 재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의사들의 연봉이 상당히 높다고 알고 있는데 이유가 뭐겠느냐. 의술의 중요성, 생명에 대한 가치, 의사를 존중하는 가치가 환자에게 돌아가게끔 노력하라는 것이지, 의사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라며 "관행이라는 이유로 반복하는 잘못을 개선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되고 기본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질책했다.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문의 중 봉직의 임금 소득은 연간 19만5,463달러(약 2억6,000만 원), 개원의는 연간 30만3,000달러(약 4억 원)로 봉직의, 개원의 소득 모두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재판장은 또 "피고인들은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의료 현실을 주장하는데, 이런 사정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문제점을 개선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게 무슨 큰일이냐.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식으로 대응하면 책임이 사라지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돈 돌려줬다'고 하면 모든 책임이 끝나냐. 기본을 지키려 노력하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느냐"며 "의사가 처음 됐을 때의 사명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형을 모두 유지하고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사들은 일명 '의사면허 박탈법'이 시행되기 전에 범죄를 저질렀지만, 보건범죄특별조치법이나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사례에 해당해 확정판결 시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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