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축구' 호주... 수비수 해리 수타·살림꾼 잭슨 어바인 경계령

입력
2024.02.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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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후 역습 중심의 호주
장신 센터백 수타... 제공권·지상 경합에 강점
미드필더 어바인은 호주 역습축구의 중심
수비 느린 발·단조로운 공격패턴은 약점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3 아시안컵 8강 상대 호주는 전형적인 '늪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후방에 진을 치고 상대를 끌어들인 후 역습 한 방을 노린다. 한국으로서는 포백 라인의 중심인 해리 수타(레스터 시티)와 역습을 이끄는 잭슨 어바인(장크트파울리)을 제압하는 것이 준결승 진출의 선제조건이다.

호주는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단 1점만 내준 최소실점 팀이다. 이 같은 ‘철옹성’을 상징하는 선수가 바로 1m98㎝의 장신 센터백 수타다. 수타는 큰 키와 단단한 체격을 바탕으로 제공권 싸움뿐 아니라 지상 경합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수타가 중심에 선 호주의 수비라인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 비록 우승팀 아르헨티나(1-2 패)와 준우승팀 프랑스(1-4 패)에 실점하긴 했지만, 튀니지와 덴마크를 상대로는 두 경기 모두 1-0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그만큼 격차가 크게 나지 않은 팀을 상대로는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인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호주의 포백 라인에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순간적인 스피드가 다소 떨어진다. 인도네시아전 전반전에도 상대 2선 또는 3선으로부터 빠른 패스가 들어오자 공간을 내주거나 상대 선수를 놓치는 모습이 몇 차례 노출됐다. 또 수타의 후방 빌드업 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센터백 듀오인 카이 롤스(하트 오브 미들로디언)와의 상호보완이 필수적인데, 롤스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3경기에서 평점 6.9~7.0(소파스코어 기준)을 받을 만큼 예전에 비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주는 수비능력에 비해 공격력은 그다지 강한 편이 아니다. 4경기를 치르며 8골을 뽑긴 했지만, 이 중 절반은 인도네시아전에서 터뜨린 득점이다. 그마저도 1골은 상대 자책골이었고, 강대강으로 붙었던 전반전에는 슈팅 숫자에서 오히려 1-5로 밀리는 모습마저 보였다. 공격루트의 약 80%가 측면일 만큼 패턴도 단순한 편이다.

다만 중원의 살림꾼인 어바인은 경계해야 한다. 박스 투 박스형 미드필더인 그는 기동력, 힘 싸움, 압박, 연계, 슈팅센스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전천후 플레이어다. 또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슈팅(경기당 평균 3회)을 기록할 만큼 역습의 시작과 끝을 모두 담당하고 있는 선수다. 조별리그 1차전 인도전(2-0 승리)과 2차전 시리아전(1-0 승리)에서는 각각 1골씩을 뽑아내 16강 진출 조기확정을 이끌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전에서도 첫 득점(상대 자책골)과 세 번째 득점에 기여했다. 박스 안팎을 가리지 않고 슈팅을 때리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공간을 내주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수타와 어바인의 공통점은 세트피스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득점을 올린다는 점이다. 특히 수타는 2019년 10월 대표팀에 발탁된 후 26경기에서 11골을 넣은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로 유명하다. 이번 대회 인도네시아(4-0 승리)와의 16강전에서도 경기 막판 프리킥 상황에서 머리로 쐐기골을 넣었다. 한국으로서는 3일 경기 전까지 상대 세트피스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