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보장 정책'으로 인한 순이익 손실을 줄이려고 납품업체에 갑질을 한 의혹을 받은 쿠팡에게, 공정거래위원회가 3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김대웅)는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관련 소송은 서울고법이 1심이다. 3심제의 예외인데, 준사법 기관인 공정위 처분을 사실상의 1심 역할로 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21년 쿠팡에 과징금 32억9,000여만 원을 부과했다. 쿠팡이 2017~2020년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자에 '경쟁 온라인몰에서의 판매 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한 건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공정위는 쿠팡이 128개 납품업자들에게 자사의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에 따른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213건의 광고를 강매했다고 봤다. 또 소비자들에게 쿠폰 등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행사를 열면서, 납품업자 쪽에 할인 비용 57억 원을 전액 부담시켰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정위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판매가격 인상 요구 행위'에 대해 "거래 상대방의 거래 내용을 일부 제한하는 행위가 있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거래 상대방의 경영활동에 부당하게 간섭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쿠팡이 정상적 거래 관행을 벗어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광고 강매'에 대해서도 "광고 구매를 요구한 것만으로는 강매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할인 비용 전가'에 대해서도 "쿠팡이 한 차례 행사에서 5,000여만 원을 부당하게 전가했다고 인정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판부는 "공정위의 전체 과징금 중 인정되는 부분은 1.7%(5,000여만 원)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상황이라면 시정명령을 전부 취소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쿠팡은 이날 선고 직후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판단은 유통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