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과 결혼한 2030 순직, 이젠 사회가 영웅 지켜줘야

입력
2024.02.02 04:30
27면

경북 문경시의 한 육가공 업체 화재 진압 현장에서 젊은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31일 밤 신고를 받고 가장 먼저 출동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는 공장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주저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건물 일부가 붕괴되며 고립됐고,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사명감이 투철하고 헌신적인 소방공무원이었다. 2019년 공개 채용으로 임용된 김 소방교는 지난해 ‘인명구조사’ 시험에도 합격, 구조대에 자원한 인재였다. 특전사 출신인 박 소방사도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자부심이 커, 늘 현장 맨 앞을 지켰다. 경북도소방본부는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밝혔지만 유가족과 지인들의 허망함과 안타까움까지 달랠 순 없다.

예측이 안 되는 화마와 싸우는 소방 업무 특성상 안전사고를 완전히 없애긴 힘들다. 그러나 똑같은 비극이 끊이지 않는 건 어딘가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2년 전에도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공사 화재 현장에서 이형석 소방위, 박수동 소방교, 조우찬 소방사가 한꺼번에 숨진 바 있다. 지난해 3월엔 전북 김제시에서 성공일 소방교가, 12월엔 제주 서귀포시에서 임성철 소방교가 순직했다. 매년 부상을 입는 소방관도 1,000명 선을 넘나드는 상황이다.

우리가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건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는 이런 소방 영웅들의 희생 덕분이다. 이들이 모두를 살린 것처럼 이젠 모두가 이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게 마땅하다. 아직도 지방 소방 현장에선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한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도 예산은 여전히 지자체에 예속돼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인력, 지휘대응, 교육훈련, 소방장비 등 분야별로 소방관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대책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오늘도 소방관들은 살아 돌아오는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길 기도하며 출동한다. 영웅의 헌신이 ‘마지막 출동’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제 사회가 이들을 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