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독재 청산론’을 공식 제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6(80년대 학번ㆍ60년대생) 운동권’을 청산 대상으로 꼽은 것에 대해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운동권 청산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독재”라고 맞받은 것이다. 정치구호는 현실 문제를 최대한 간명하고 인상적인 언어로 표현하려다 보니 과장과 왜곡이 없을 수 없다. 그래도 ‘검찰독재’는 지나친 억지 프레임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 총선이 다가오면서 윤석열 정부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표현이 야권에서 만연하고 있다. 특히 1979년 12ㆍ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된 이래 현 정권의 정체성을 과거 전두환 정권과 등치시키는 레토릭이 난무해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과거) 육사 사조직에 기초한 정치군인들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대한군국’을 만들었고, (지금은) 일부 정치 검찰 라인이 ‘대한검국’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뇌물수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은 ‘윤석열 검찰독재권력’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맞섰던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조 전 장관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사단은 전두환의 하나회”라고 해 논란을 불렀다. 진보당에선 ‘군부독재가 가더니 검찰독재가 왔다’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민주당에선 당내에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이 대표는 이런 기류에 편승해 ‘검찰독재’를 공식화한 셈이다.
▦ 하지만 선거를 통해 집권한 현 정부와, 총격전에 쿠데타를 거쳐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과 등치시키는 건 언어도단이다. 또 검찰과 검찰 출신이 득세한 게 맞다 해도, 독재정치라는 것 또한 뜬금없다. 당장 민주당이 ‘이태원법’부터 ‘양곡관리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야당 발의 법안을 과반의석의 힘으로 일방처리하고, 정부가 되레 쩔쩔매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상황이 이러니, ‘검찰독재’ 운운이 ‘투쟁의 추억’에 젖은 운동권의 시대착오 아니냐는 냉소를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