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오는 3월 첫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양국 지도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 도전'은 순조롭기만 하다. 유일한 '반(反)푸틴' 후보인 보리스 나데즈딘이 출마 준비를 마쳤지만 적수가 없는 분위기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의 불화설로 리더십에 금이 갔다. 서방의 추가 지원이 지연되는 가운데 내부 결속마저 벌어지는 모양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야권 정치인 나데즈딘은 이날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을 위한 유권자 10만5,000명의 지지 서명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다음 달 15~17일 치러지는 대선에서 유일하게 푸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후보다. 나데즈딘은 "당선되면 제일 먼저 전쟁부터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나데즈딘의 출마 여부는 선관위가 지지 서명 서류를 검토한 후 결정한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반정부 성향의 언론인 예카테리나 둔초바가 제출한 서류의 오류를 이유로 후보 등록을 거부했다. 애초에 "푸틴 대통령이 깔아놓은 판에서 그가 만든 규칙으로 벌이는 게임"인 셈이다. 나데즈딘 외 이미 4명이 대선 후보로 등록됐지만 사실상 선거 구색을 맞추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다.
나데즈딘 출마가 성사되더라도 그건 이미 '상대가 안 된다'는 푸틴 대통령의 계산에 따른 것일 공산이 크다. 푸틴 대통령은 실제 권력을 위협하지 않는 선까지는 비판 세력에도 정치 공간을 열어준다. 대신 강력한 라이벌은 제거해 왔다.
나데즈딘은 현재 시베리아 교도소에 수감 중인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만큼의 거물이 아닌 데다 언론까지 푸틴 대통령 통제하에 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 운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러시아인 상당수가 "푸틴이 아니라면 누가 있나"라고 할 정도로 푸틴 대통령을 대체할 후보가 없다고 BBC는 전했다. 4번의 대통령과 1번의 총리를 지내면서 24년째 장기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의 5선 가도는 큰 이변이 없는 한 탄탄대로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악재가 겹쳤다.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차질을 빚고 전선이 교착된 가운데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내부 분열하는 모습이 노출된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이번 주말 내로 해임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사퇴를 요구했으나 거부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전쟁 와중에 내부 권력투쟁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오는 3월 우크라이나 대선이 예정대로 치러진다면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가을 이후 여론조사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지지율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추월한 것이 양측 간 긴장을 높인 한 원인이 됐다"고 짚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 측근인 야당 의원 올렉시 곤차렌코는 "젤렌스키는 배우였으며 쇼의 유일한 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2년간 전쟁으로 두 사람 모두 감정적으로 지쳐 있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전장을 지휘해 온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물러날 경우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NN은 "(잘루즈니 해임은) 전쟁 이후 가장 큰 군사 개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헝가리의 반대로 무산됐던 500억 유로(약 72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재타결하기 위한 특별정상회의를 1일 연다. 미국의 추가 지원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엔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