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엘시티 부실수사"... 법원 "의혹 제기자 배상 책임 없어"

입력
2024.02.01 15:35
한동훈 vs 전직기자 손해배상 소송
1심선 "악의적 발언" 한동훈 승소
항소심은 "의혹 제기는 가능" 패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 엘시티(LCT) 의혹을 부실수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전직 기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0-2부(부장 김동현)는 한 위원장이 장용진 전 아주경제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장 전 기자는 2021년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렇게 수사 잘한다는 한동훈이가 해운대 엘시티 수사는 왜 그 모양으로 했대?"라며 "이런 걸 용비어천가식 보도라고 하는 거야, 부끄럽지도 않니"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커지던 상황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미운털이 박혀 법무연수원에 좌천된 한 위원장의 수사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경제지 기사에 대한 언급이었다. 당시 한 위원장 측은 "서울에서 근무 중이던 한동훈 검사장은 부산지검이 진행한 엘시티 수사에 관여한 바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장 전 기자는 재차 SNS에 "내가 언제 한동훈이 뭔 수사를 했다고 꼬집었나? 두 달이면 수사를 끝낸다는, 그 잘난 놈이 엘시티는 왜 아무것도 안 했느냐고 꼬집었지"라는 글을 썼다. 장 전 기자는 이후 유튜브에 출연해서 한 위원장의 검사 시절 이력을 읊으며 한 위원장이 엘시티 수사를 할 수 있었는데도 안 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 위원장 측은 "장 전 기자는 한 위원장이 검찰 재직 동안 엘시티 사건 수사를 했거나 개입할 수 없었는데도 부실 수사를 주도했다는 허위사실을 의도적으로 유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한 위원장이 일부 승소했다. 장 전 기자의 SNS 글은 정당한 언론 활동이지만, 유튜브 발언은 악의적 공격이라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한 위원장은 엘시티 사건을 수사하거나 수사를 지휘할 구체적 권한을 부여받은 적이 없었다"며 "장 전 기자의 오랜 법조기자 경력을 신뢰하여 영상을 보는 시청자의 관점에서 볼 때 한 위원장이 임무를 방기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배상금으로 1,000만 원을 책정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한 위원장이 엘시티 수사에서 구체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지 않은 건 사실이라 분노를 느낄 수 있다"면서도 "한 위원장이 엘시티 수사에 관한 추상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므로 언론으로서는 수사기관 고위공직자 직무의 성실한 수행 여부에 관한 충분한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공직자인 한 위원장은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비판을 극복해야지,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언론 감시와 비판을 제한하려고 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며 소송을 건 한 위원장을 질책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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