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브랜드의 생명력이 짧은 이유를 요즘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 ‘탕후루 가게 옆에 탕후루 가게’입니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시키면 유사업체가 난립해 브랜드 정체성이 훼손되며 도태됩니다. ‘생활맥주’가 지난 10년간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건 남들이 따라 하지 못하는 플랫폼 모델을 선택했기 때문이죠.”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 ‘생활맥주’를 창업한 임상진(52) 데일리비어 대표는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본사 1층에 위치한 생활맥주 1호점 앞에서 자사 브랜드의 성공 비결로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외식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활맥주는 2014년 1호점이 개점한 이후, 지난해 기준 직영점 46개를 비롯해 총 260여 개 매장을 전국에 거느릴 정도로 성장했다.
10년이 넘은 외식업 브랜드이지만, 지난해에만 신규 매장이 50여 개가 생겼을 정도로 신규 창업자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해 연간 실적도 매출 295억 원, 영업이익 44억 원으로, 전년(매출 203억 원, 영업이익 24억 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임 대표는 생활맥주가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생활맥주는 현재 국내 50여 개 맥주 양조장과 협업한 수제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생활맥주는 본사에서 결정한 수제맥주 종류를 매장에서 일괄적으로 파는 구조가 아니다. 각각의 매장 점주들이 팔려는 수제맥주 종류를 모두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이 때문에 생활맥주는 국내 맥주 양조장들의 제품들이 유통되고 경쟁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 170여 개 양조장 중에 생활맥주와 협업하는 곳이 60개에 달한다. 임 대표는 “양조장들은 생활맥주 플랫폼을 통해 시장에 더 부합하는 맥주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요즘 양조장 상생 프로젝트인 ‘마시자! 지역 맥주’ 캠페인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영업과 유통,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규모 양조장을 발굴하고 그곳에서 생산된 수제맥주를 생활맥주 주요 매장에서 소개해 영업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소비자들은 양조장에 방문하지 않고서도 해당 수제맥주를 생활맥주 매장을 통해 맛볼 수 있다. 현재까지 26차례 캠페인을 열어 20개가 넘는 양조장들이 자신들의 수제맥주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생활맥주는 국내 양조장 모임인 ‘KCBC(Korea Craft Brewers Club)’도 만들었다. 세미나와 공동 양조 프로젝트 등 양조업계 발전을 도모하는 교류의 장이다.
임 대표는 생활맥주가 국내 맥주 문화를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됐다고 자부한다. 임 대표는 “과거 국내 맥줏집에서 메뉴엔 500㏄ 생맥주밖에 없어 주문은 ‘생맥 주세요’ 아니면 ‘500 주세요’가 전부였다”라며 “생활맥주는 맥주를 골라먹는 재미를 만들었다”고 뿌듯해했다.
임 대표가 보기에 현재 국내 맥주문화의 특징은 ‘팝업(pop-up)’이다.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인 팝업 스토어처럼 맥주 한 종류를 진득하게 즐기기보단 실험적이고 새로운 맥주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생활맥주가 선보이는 수제맥주에도 신맛(메뉴명 뿜뿜사워), 짠맛(히트라거)이 나는 맥주에서 초콜릿(부산초코스타우트)을 넣는 맥주까지 다양하다. 현재 전국 생활맥주 매장들에서 맛볼 수 있는 총 수제맥주 종류는 30여 가지다.
생활맥주는 올해 싱가포르에 첫 매장을 여는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한다. 앞서 데일리비어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서 식료품 브랜드와 호텔사업을 하는 싱가포르 카트리나 그룹과 현지에서 생활맥주 체인점을 공동 운영하는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데일리비어는 싱가포르에서도 한국산 효모를 이용해 수제맥주를 생산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세계에선 한국적인 게 가장 경쟁력이 크다"며 "매장 간판도 한국어인 '생활맥주'를 그대로 쓰고 한국산 효모를 이용한 ‘K맥주’로 마케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활맥주 상장도 준비 중이다. 국내 외식업 브랜드에서 지금껏 상장을 한 곳은 교촌치킨뿐이었다. 임 대표는 “상장을 통해 얻은 자금은 해외 진출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미국 시장에도 조만간 직영점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