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중심을 잃고 팔을 버둥거린다. 그런데 술래나 함께 놀이하는 친구들이 아무 말도 안 한다. 평소라면 "안 들켜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 등교 첫날, 반 친구들과의 첫 놀이에서는 공포의 순간이 되고 만다. ‘내가 안 보이는 건가.’ 나만 빼고 다 친해진 것 같은 친구들 사이에서 잔뜩 주눅 들어 있던 아이는 몸이 투명해지려 한다.
어린이 그림책 ‘미라의 처음 학교 가는 날’에는 마음 상태에 따라 몸이 바뀌는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미라가 나온다. 첫 등굣길엔 학교에 대한 설렘으로 몸이 학교보다 더 크게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교문에서 엄마가 손을 놓고 돌아서자마자 생쥐만큼 작게 쪼그라든다. 커다란 학교와 낯선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에 압도당한 나머지 선생님이 이름을 물어도 목에서 아주 작은 소리만 흘러나온다. “삐약···.”
운동장에 나가서도 풀숲에 숨어 있던 미라는 반 아이들이 다 함께 하는 놀이에 참여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는다. 작아지다 못해 몸이 투명해지려는 순간, 한 친구가 미라의 손을 잡는다. 미라만큼 작은, 아직은 학교가 무섭기만 한 아이지만 용기 내서 말한다. “나랑 같이 놀래?” 그리고 마법처럼 두 아이는 다른 아이들만큼 커진다.
친구 한 명을 사귀었다고 학교가 단숨에 좋아지진 않는다. 하지만 “같이 놀자”는 말은 언제든 두려운 마음을 깨끗이 걷어낸다. 이 책은 아이 마음을 몸으로 시각화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게 무엇인지 친절하게 보여준다. 그건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같이 놀자”고 말하는 용기, 그리고 이 말을 건넨 친구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