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도 미국 기준금리가 2000년대 들어 최고인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확신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입장이다.
연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현재 5.25~5.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 11, 12월에 이어 연속 네 번째 금리 동결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3.50%)의 금리 격차는 최대 2%포인트가 유지된다.
현재 미국 금리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까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경제 활동이 안정적 속도로 확장 중이고, 일자리 성장도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견조하다”며 “물가 상승은 여전히 오름세”라고 진단했다. 이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가능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갖기 전까지 목표 범위 축소(기준금리를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위원회 입장”이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3월 다음 회의에서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배제됐다. 연준이 지난번 FOMC 성명까지 사용해 온 ‘추가 긴축(additional policy firming)’이라는 표현을 이번 성명에서는 삭제하면서다. 이제 적어도 금리를 올리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공식적으로 금리 전망을 변경한 것”이라며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분명히 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발언으로 낙관론을 자극했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신중론 쪽으로 돌아섰다. 그는 이날 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조금 더 좋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3월 다음 회의 때) 금리 인하를 보증할 수준의 확신을 얻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지난 6개월간 인플레이션 지표가 안정됐고 그것이 일회성 요인 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고 인플레이션 반등보다는 2% 위에서 고착화할 위험성이 더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직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