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박의 가면을 벗고 살아 있음을 느낀다"…자폐인 심리학자의 조언

입력
2024.02.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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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번 프라이스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세계 인구의 약 2%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발생률은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 자폐에 관한 오해와 낙인을 피하려 이른바 '정상인'의 관습적 기준을 훈련해 자폐 특성을 감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은 비장애인인 척하느라 자신을 잃어버리고 고통받는 자폐·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양극성 성격 장애 등을 겪는 '신경다양인'들의 이야기다. 자폐인이면서 미국 시카고 로욜라대학 평생교육대학 교수인 저자 데번 프라이스는 가면을 쓰느라 스스로를 파괴하는 경험을 한 이들의 사연을 공유한다.

저자의 학문적 성취는 탁월했으나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수년간 자폐증을 조사하고 사회 현상으로서의 가면을 이해한 뒤엔 달라졌다. 이젠 자신이 요란한 소음과 밝은 빛을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흥이 나면 양손을 파닥이며 제자리에서 꿈틀거린다. "정체성에 더 솔직해지면서 교수이자 작가로서도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트랜스젠더인 저자는 같은 자폐인이어도 사회적 소수자일수록 가면 강박을 더 강하게 느끼는 점도 짚는다. 자폐증이 있는 남자 아이만 다룬 유럽의 초기 자폐 연구 자료 등을 근거로 "여성, 유색인종, 성소수자인 자폐인 등은 백인 남성 자폐인보다 더 고분고분하게 행동하도록 양육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힌다.

진정한 내 모습을 찾는 게 신경다양인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닐 터. 저자는 "우리가 하는 일과 타인에게 보이는 얼굴이 진정한 자아를 반영하는지를 누구나 질문해 보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고 가면을 벗어던질 실질적 실천 방법을 담은 도표가 책에 수록돼 있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