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에 신종수법 활개...'서울시 스토킹 원스톱지원센터'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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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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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직장인 A씨는 남자친구 B씨를 경찰에 신고하고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 등을 모두 차단했다. 성폭력과 폭언 등에 시달려 이별 의사를 밝혔지만 스토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B씨는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자 모바일 금융서비스 앱을 이용해 1원씩 송금하며 보내는 사람 이름 칸에 ‘전화받아’ ‘집앞이야’ ‘불질러버린다’ 같은 문구를 적어 위협했다. B씨가 이렇게 송금한 횟수는 120회에 달했다.

#30대 직장인 C씨는 모바일 중고거래 앱을 이용하다 몸서리를 쳤다. 오래전에 내놨던 물품에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스토킹으로 경찰에 신고했던 전 남자친구 D씨였다. 중고거래 앱에서 C씨가 사는 동네를 검색해 C씨가 평소에 쓰던 것과 비슷한 아이디를 찾아낸 뒤 직거래를 요구하는 척하며 만나려 한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부터 시범 운영했던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지원 사업단’에 접수된 스토킹 피해 사례다. 이 사업단을 확대한 서울시의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가 2월 1일 출범한다. 스토킹 범죄가 금융이나 중고거래, 배달 앱 등을 통해 협박하는 신종 수법으로 발전하고 감금과 폭행 등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자 더욱 체계적으로 대응하려는 목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지난 4개월 동안 스토킹 피해자 136명이 원스톱지원 사업단을 통해 지원과 보호를 받았다.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스토킹과 함께 성폭력, 폭행 등 강력범죄를 동반한 중복 피해 사례가 총 64명(72건)으로 전체에서 가장 많은 비중(47%)을 차지했다. 오부자 서울시 양성평등안심팀장은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사례 관리를 통해 추가 피해를 14건 방지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는 피해지원관과 사례관리사, 프로파일러 등 총 6명으로 구성된다. 피해지원관이 초기 상담을 통해 피해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사례관리사, 프로파일러와 함께 맞춤형 지원대책을 수립ㆍ운영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현재 2곳인 ‘스토킹 피해자 긴급주거시설’을 3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20명이었던 민간경호 서비스 대상자는 올해 6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서울시는 스토킹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피해자분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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