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D-1… 노동·시민단체 "거대양당 중처법 유예 협상 멈춰라"

입력
2024.01.31 18:20
2월 1일 유예안 처리 움직임 견제
여당 '1년이라도 유예' 새로 제안

여당이 다음 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안을 처리하려고 야당 설득에 나선 가운데, 노동·시민단체들은 연일 '거대 양당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정치적 협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생명안전행동·정의당은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중대재해법 개악 협상 중단 요구 3차 긴급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은 지난 수십 년간 그야말로 방치됐다"며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을 개악하려 협상에 나서는 정치권의 행태에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서 법 시행 준비가 가능하다는 사업주가 80%,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사업주가 53%였다"며 "3년 동안 허송세월하던 정부·여당이 '묻지마 적용 유예 연장'에 올인했다가 사업장을 대혼란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왜곡과 허위로 점철된 사용자단체와 정부 주장에 흔들려 적용 유예 연장을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 또한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2022년 한 해 동안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가운데 1,372명이 산재로 사망했고, 범위를 5인 이상 50인 미만으로 줄여도 무려 800명이 사망했다"면서 "노동자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끔찍한 현실에도 정부와 여야, 사용자단체 할 것 없이 이미 시행 중인 법의 적용 유예 불씨를 기어코 살리려는 행태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와 여당, 보수 언론, 심지어 대통령까지 동네 식당, 빵집의 줄폐업을 언급하며 모든 소상공인이 중대재해법에 의해 처벌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2022년 산재 현황에서 나타나듯 5인 이상 50인 미만 음식점·숙박업 사망자 수는 5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0.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자당의 이익과 노동자 목숨값을 저울질하며 좌고우면하고 있는 모습을 노동자·국민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중대재해 관련 학자·전문가가 모인 중대재해전문가넷은 "3년 유예기간 동안 정부·여당은 법 적용을 준비하기보다는 악법이므로 없어지거나 고쳐야 한다는 입장을 주되게 밝혀왔다"면서 "그 결과 산업 현장에서는 심리적 저항감만 높아지고, 본인이 법 적용 대상인지도 모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이제 와서 법을 재유예하면 국회가 스스로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재유예 논의를 중단하고 법 안착을 위해 정부를 지원할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정은 산업 현장의 준비 미비를 이유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2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달 9일과 25일 두 차례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유예안 처리를 추진했지만 여야 합의 실패로 무산되면서 27일부터 예정대로 법이 전면 시행됐다. 이후 여당은 추가 유예기간을 1년으로 줄인 개정안을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야당에 제안한 상황이다.

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