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방송국이 여성 정치인에 대한 '성차별적 이미지 편집'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여성 지방의원의 사진 원본을 포토샵으로 작업해 가슴을 키우고 허리 맨살이 드러나도록 만든 '편집 사진'을 뉴스 화면에 내보냈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州) 주의원인 조지 퍼셀(31·동물정의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올렸다. 호주 나인뉴스가 전날 저녁 '오리 사냥 금지 법안' 관련 뉴스를 다루면서 송출한 퍼셀의 사진과 그 원본이었다.
원본 속 퍼셀은 하얀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뒷짐을 진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가져다 쓴 나인뉴스 이미지에선 허리 부분 맨살이 노출돼 있다. 게다가 가슴 밑 부분엔 짙은 음영이 들어갔다. 가슴이 커 보이도록 보정한 것이다. 퍼셀은 "남성 의원에겐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나인뉴스는 이날 휴 네일론 이사 명의의 성명을 내고 사과했다. 뉴스 화면에 쓸 퍼셀의 이미지를 사양에 맞도록 크기 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사진편집 프로그램의 인공지능(AI)이 자동 보정했다고도 해명했다. 나인뉴스는 "포토샵 자동화로 원본과 일치하지 않는 이미지가 생성됐다. 이는 우리의 편집 기준에 어긋난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자 포토샵 프로그램 제작사인 어도비도 성명을 냈다. 이 회사는 "이미지를 변경하려면 사람의 개입과 승인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 보정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실상 나인뉴스 해명을 반박한 셈이다.
이 때문에 나인뉴스의 '악의적이자 성차별적 편집'이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빅토리아 주의회의 최연소 여성 의원인 퍼설에 대해 영국 BBC방송은 "여성을 향한 성적 대상화, 성 상품화 문제를 자주 언급해 온 인물"이라고 전했다. 퍼셀은 오랫동안 성차별적 공격의 타깃이 돼 왔는데, 로스쿨 학비 마련을 위해 과거 스트리퍼로 일했던 경험을 숨기지 않은 탓이다. 특히 이번 이미지 조작은 그를 향한 성적 대상화를 다시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퍼셀은 "여성은 이미지 유출·왜곡, AI 생성물 등으로 인한 끊임없는 성적 대상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현실을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라며 "많은 직원과 자원을 가진 조직이라면 (여성에 대한 AI의 위협, 이미지의 성적 변환을) 잘 알았어야 할 문제"라고 나인뉴스를 질타했다.
호주 여성 정치인들이 성차별적 문화와 싸우는 사례는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호주 매체 헤럴드선이 만평에서 재신타 앨런 빅토리아 주총리의 누드 이미지를 게재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