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와 진동, 교통혼잡 탓에 도저히 못살겠습니다. 농사도 제대로 짓지 못할 형편입니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 주민들은 지난 2020년 토석채취장(토취장)이 마을 주변에 들어선 이후 사는 게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농번기철 오가는 수십대 트럭 탓에 교통이 꽉 막히거나, 발파 시 진동, 먼지가 마을까지 내려앉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30일 오후 1시 30분쯤 전남 무안군 일로읍 구정리에 위치한 토석채취장 무안골재. 동절기로 인해 운영이 잠시 멈춘 기간이었지만, 토취장 앞은 하루에도 수차례 트럭이 오갔다. 평일임에도 인근 영산강 하천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도로엔 캠핑객들과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토취장 인근만 가면 모두 기침을 쏟아냈다. 트럭이 오가면서 자전거도로 곳곳에 켜켜이 쌓인 각종 흙먼지 탓이다. 토취장에선 4m 높이의 가설방음벽이 무색하게 알 수 없는 소음이 구정 1리 마을 안쪽까지 들렸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지금은 그나마 약과"라고 했다. 이들은 "현대식 공사를 해서 소음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말만 믿고 토석채취에 동의했는데 발파 공사가 있는 날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벼락 치는 소리에 시달리고 있다"며 "비산 먼지가 논밭은 물론 마을 안쪽까지 내려앉아 빨래조차 널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곳 토취장은 지난 2020년 7월 세워졌다. 7만37㎡ 규모로 10년간 토석 채취 허가를 받았다. 여기서 생산한 골재 107만㎥를 도로공사와 레미콘에 사용하고 있다. 설립 당시엔 주민들도 동의했다. 각종 기금을 주겠다는 약속 때문이다. 매년 봄과 가을마다 여행비 200만 원, 연중 경로잔치에 100만 원, 마을발전기금 2,000만 원, 노인회관 기름지원, 도로 파손 비용 보상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허가가 나자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수년 간 마을에 지급된 기금은 200만 원이 전부다. 나대일 구정1리 마을이장은 "허가가 나기 전엔 마을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해 줄 것처럼 하더니 계약서에 지급하겠다는 약정을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시골 노인들을 속여 세워진 사기 계약이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구정 1리 마을 임원들은 토석채취장 허가 취소 등을 요청하기 위해 단체로 군수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덤프트럭이 통행하는 일로읍 돈도리에서도 집단행동을 준비 중이다. 이곳 주민들은 이달부터 단체 서명 운동에 착수했다. 돈도리 이장은 "하루에도 수차례 트럭들이 마을 앞을 오가면서 꼭두새벽부터 먼지와 소음은 물론 도로 파손에 교통사고 위협까지 시달리고 있다"며 "업체 측에 과속방지턱이나 신호등 설치 등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토석채취장을 관리·감독해야 할 무안군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업체 측이 주민들의 요구는 나 몰라라 하고 있어 3년 전 항의 방문했지만,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측은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려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무안골재 관계자는 "마을발전 기금 등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경영상 어려움 때문"이라며 "절대 지원금을 떼먹으려 하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법적으로 돈도리 주민들이 트럭 운행을 막을 권리는 없다"며 "마을 통행 시 저속 운전 등을 당부하고 있지만, 덤프트럭은 개인사업자로 토석채취장 직원이 아닌 까닭에 일일이 규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