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뭉개다 아파트 사전 공사 수사… 영산강환경청 '꼼수 행정' 도마

입력
2024.01.31 16:00
환경평가 안 받은 순천 삼산공원 
민간사업자 순천시장 조사키로 
"공사 중단 요청하라" 민원 묵살에 
지난해 3월 수분양자 입주 완료 
"사업자 봐주기" "늑장 대처도 
어물쩍 넘어가나" 지적 나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꼼수 행정'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전남 순천시가 삼산지구에서 추진했던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두고서다. 이 사업은 민간사업시행자가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고 사업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1,252가구)를 지으면서 환경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영산강환경청은 나 몰라라 했다. 그랬던 영산강환경청이 뒤늦게 순천시장과 민간사업시행자를 환경 사범으로 보고 수사하기로 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2년여 만이다. 그 사이 해당 아파트는 공사와 입주가 완료됐다. 이를 두고 "영산강환경청이 민간사업시행자의 경제적 손실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누락을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영산강환경청 환경감시단은 31일 삼산지구 민간사업시행자인 순천공원개발과 공동사업자 순천시장을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사전 공사 금지 등) 혐의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산강환경청 등에 따르면 순천공원개발은 2019년 3월 이 사업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인데도 영산강환경청과 협의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뒤 실시계획 인가 등을 거쳐 아파트 공사를 진행했다. 이 사실이 공론화한 건 2021년 9월이다. 삼산지구 땅 주인 26명이 순천공원개발의 아파트 공사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승인 기관인 순천시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라는 민원을 영산강환경청에 낸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법은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사를 했을 때 환경부장관은 승인 기관장에게 공사 중지 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영산강환경청은 2021년 11월 "타당하지 않다"고 거부했다. 참다못한 땅 주인들은 영산강환경청의 책임론을 걸고넘어졌다. 영산강환경청은 환경부마저 이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유권 해석을 내놓자 뒤늦게 순천시에 후속 조치(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순천시는 요지부동이었다. 순천시는 환경부의 유권 해석을 믿지 못하고 되레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의뢰했다. 법제처는 2022년 7월 순천시가 의뢰한 사안에 대해 기존 법령 해석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당시 순천시의 법령 해석 의뢰는 전형적인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거셌다. 순천시가 3개 계절 이상 현지 조사가 필요한 환경영향평가를 받기 위해 아파트 공사를 중단하면 입주 시기 지연에 따른 수분양자 반발과 순천공원개발의 막대한 지체보상금 부담 문제로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 있어 시간을 끌면서 공사를 끝내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영산강환경청 행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산강환경청은 지난해 2월 아파트 준공과 같은 해 3월 수분양자 입주가 끝난 뒤에야 순천시에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영산강환경청은 같은 해 12월 한 차례 더 해당 공문을 발송했지만 이때까지도 수사 의뢰는 없었다. 영산강환경청이 순천공원개발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의도된 행동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영산강환경청이 뒤늦게 순천시 등을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자신들의 잘못(늑장 대처)은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영산강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협의 업무 처리 규정에 따라 사전 공사 사업으로 확인되면 지체 없이 고발하고, 순천시장에게 공사 중지를 요청해야 했지만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내부 규정 위반에 대해 자체 감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영산강환경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산지구 땅 주인들이 순천시를 상대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은 순천공원개발에게 실시 계획을 인가한 것은 무효라고 낸 소송이 진행되면서 후속 조치가 미뤄졌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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