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수·현정화 "100년 기다린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최고의 축제로"

입력
2024.0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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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사무총장·집행위원장 맡아 바쁜 하루 
"올림픽 이상의 의미를 지닌 성공 개최 기대"
2월 16~25일, 세계 정상급 선수 2000명 참가

“진짜 대회가 열린다는 게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감격적입니다.”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4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만난 대회 조직위원회 김택수(53) 사무총장과 현정화(54) 집행위원장. 두 사람은 대회 추진상황 보고회 참석차 부산시청을 방문한 뒤 진행된 본보 인터뷰에서 “온몸과 마음을 다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대회엔 40개국 2,000여 명의 선수와 관계자들이 참가한다. 원래 2020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중단된 뒤 세 차례 연기 끝에 취소됐지만 국내 탁구인들이 합심해 기어코 재유치에 성공했다. 세계탁구선수권 국내 개최는 처음인 데다 우리나라에 탁구가 도입된 지 100년째 되는 해에 열려 더 뜻깊다. 김 총장과 현 위원장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열리는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 총장은 지난해 9월부터 부산에 내려와 살고 있다. 선수와 감독·코치로 14번이나 세계탁구선수권에 참가한 ‘한국 탁구의 전설’인 그는 요즘 컨벤션 시설인 벡스코를 거대한 탁구 경기장으로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경기장, 관중석, 심판실, 도핑 검사실을 비롯해 선수와 관중 동선까지 종합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김 총장은 “엘리트 선수만을 위한 대회가 아닌 유소년, 동호인 등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며 “올림픽 이상의 국제대회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대회에선 앞선 세계선수권과 달리 유소년과 탁구동호인들이 참여하는 마스터즈 대회도 함께 진행된다. 또 대회 기간 중 국제탁구연맹(ITTF) 총회도 예정돼 있다.

'한국 탁구의 또 다른 전설’ 현 위원장 역시 세계선수권의 ‘산증인’이다. 1987년 뉴델리 대회에서 환상의 단짝이었던 양영자와 여자복식 금메달을 합작한 걸 시작으로 혼합복식(1989년), 단체전(1991년), 여자단식(1993년)을 모조리 석권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특히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해 결승에서 최강 중국을 꺾은 1991년 지바 대회 단체전 우승의 감동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 기억에 남아있다. 현 위원장 역시 대회 성공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예산이 1원도 없던 상태에서 200억 원가량을 만들어 냈다”면서 “예산을 얻기 위해 난생처음 정부 부처도 들어가고 국회의원들도 만나 ‘알려진 얼굴을 이용해’ 일일이 설득하고 홍보했다”고 했다. 이어 “선수 시절 탁구를 위해 발로 뛰었는데 이번엔 대회 준비를 위해 발로 뛰었다”고 웃음 지었다. 현 위원장은 대한탁구협회장인 유승민 대회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부산시와 정부, 재계 등 도움을 준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부산 세계선수권을 향한 팬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지난달 22일부터 입장권 예매를 시작했는데 60% 이상이 중국과 일본 등 해외 팬들이다. 김 총장과 현 위원장은 “국내 팬들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해외에서 많은 분들이 온다는 건 정말 큰 의미가 있다”며 “대회 비용은 200억 원가량이지만 대회 후 우리나라에 남는 유무형의 성과가 2,000억 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세계 11억 탁구인과 관계자, 취재진의 눈과 귀가 곧 부산으로 쏠릴 것”이라며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선수권을 최고로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국내 간판’ 신유빈(20·대한항공)과 전지희(32·미래에셋)를 비롯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2024 파리올림픽’ 출전권도 남녀 8장씩 걸려 있어 치열한 경쟁과 명승부가 예상된다.

부산=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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