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본 헌터 외

입력
2024.02.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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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

고경태 지음. 지난해 3월 충남 아산에서 양손이 군용 전화선으로 묶인 채 쓰러진 유골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그중 쪼그려 앉아 있는 한 유골에 'A4-5'라는 식별 번호가 붙었다. 독특한 교차식 구성으로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사건의 참상과 진실을 추적한다. 유해 A4-5의 독백 등 생존 피해자, 유가족, 유품 등의 시점으로 전하는 이야기가 한 축이다. 다른 하나는 유해가 남긴 진실을 좇아 온 인류학자 '선주'의 이야기다. 한겨레출판·388쪽·2만 원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지음. 저자의 삶을 거쳐 간 사람들과의 추억을 담은 책이다. 무허가 건물의 복잡한 공사 문제를 해결해 주고 "내가 무허가 인물"이라며 사라진 조선족 찐쩐룽 아저씨. 평생을 머리에 쟁반을 쌓아 배달하고 온갖 관절염을 앓는 동대문 시장의 여사장님. 이처럼 삶에서 고맙고 그리운 사람들과의 추억을, 주방에서 만난 사람들의 서글픈 사연을 꺼내 보인다. 주간지에 연재한 동명 칼럼을 다듬고 더해 쓴 글을 묶었다. 웅진지식하우스·260쪽·1만7,000원

△공격 사회

정주진 지음. 비난과 조롱에 익숙해진 '공격 사회'에선 건전한 비판이 부재하고 공격이 의견으로 여겨진다. 평화학 박사인 저자는 피해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가 부정의에 대한 정당한 분노 표출과는 구별돼야 함을 강조한다. 빈곤과 외국인 노동자, 기후변화, 젠더 갈등 등 아홉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피해자와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왜 일어나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짚어본다. 철수와영희·248쪽·1만7,000원

△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

진 마모레오, 조해나 슈넬러 지음. 김희정 옮김. 2015년 캐나다 대법원이 의료 조력 사망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다. 40년 넘게 가정의로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 지던 저자는 조력 사망 시행 의사가 된다. 저자는 의료진과 약물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선택한 환자들의 삶과 가치관, 죽음까지의 과정을 들려준다. 책은 의료 조력 사망 제도의 장점과 문제점을 살피며 존엄한 삶을 고찰하게 한다. 위즈덤하우스·372쪽·1만9,800원

△상업의 역사1·2

박상하 지음. 3,000여 년 전 춘추전국시대의 범려와 자공은 '재물의 신'이라 불리며 경영의 진수를 뽐냈다. 그에 반해 한국사에선 상업에 관한 경전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저자는 일천한 한국의 상업사는 백성에게 상업을 허락하지 않은 조선의 유교 통치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책은 종로의 육의전부터 해방 이후 대기업의 탄생까지 100년 동안의 한국 상업사를 망라했다. 주류성·404쪽(1권),364쪽(2권)·2만2,000원(1권),2만 원(2권)

△중독의 역사

칼 에릭 피셔 지음. 조행복 옮김. 정신 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정신 병동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는 회복 중이다. 그는 자신의 중독 경험을 들려주며 중독의 역사를 추적한다. 중독에 대한 네 가지 대응 전략을 살피며 금지론적, 치료적 접근법의 한계를 지적한다. 중독은 질병이 아닌 인간 정신의 보편적인 특징이라 주장하며 중독과의 현명한 공존을 강조한다. 열린책들·512쪽·3만 원

△매일, 더, 많은 숫자의 지배

미카엘 달렌, 헬게 토르비에른센 지음. 이영래 옮김. 숫자는 진정 구체적이고 정확하며 정직할까. 경제학자인 저자는 모든 것을 숫자로 치환하고 판단하는 '숫자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 책은 숫자가 노화를 더디게 하는지, 성과와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 숫자와 인간 행동의 관계를 탐구한다. 측정과 정량화에 의존하기보다 숫자를 현명하게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김영사·232쪽·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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