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금처럼 2030년까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기온이 4도가 오릅니다. 나와 있는 대책을 다 실행해도 3도가 오릅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여러분은 영끌 세대일까요? 아닙니다. 집을 소유하는 청년 가구 비율은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의 대다수가 청년 세대입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우리가 태어나자마자 받는 100평의 공유 주택이 있다고 봅시다. 여기서 서울은 겨우 0.6평인데 여기에 입주자 절반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강기훈 청년희망팩토리 이사장)
지난주 토요일(27일) 서울 성수동. 데이트 차림의 연인부터 친구, 동료 등과 삼삼오오 짝을 지은 사람들이 정치 얘기를 들으러 모였다. 대구에서 왔다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이들이 참여한 행사는 '미래 없음: 퓨처 보터 창단식'이라는 이름의 콘퍼런스였다. 신기한 건 같은 정당 소속도 아니고 같은 단체 구성원도 아닌, 유권자 개인으로 이 자리에 왔다는 점이다. 청중 사이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이번 총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길을 잃은 무당층이라는 점이다.
콘퍼런스는 2030의 시야로 2030년 미래를 전망해 보는 자리였다. 기후위기, 자살, 인구절벽, 지방소멸, 주거, 정치라는 키워드로 각 분야의 연사들이 미래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정치의 역할을 짚었다.
이 자리에서 본 2030년은 행사 이름처럼 '미래 없음'에 가깝다. 지금 나와 있는 기후위기 대책을 다 실행해도 기온은 3도가 오른다. 한국은행이 작년에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는 초저출산의 원인으로 높은 경쟁 압력을 지적한다. 취업 여부나 직장의 안정성에 따라 결혼에 대한 생각부터 달라진다. 그런데 현실은? 비정규직이 늘어났고(2003년 31.8%에서 2022년 41.4%)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도 벌어졌다(2004년 1.5배 수준에서 2023년 1.9배 수준). 20대의 자살율은 다른 어느 세대보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금의 정치는 이런 2030에 무엇을 약속하고 있을까. 정쟁만 남은 올해 총선은 거대한 문제를 탁상 위의 보고서가 아니라 현실로 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겐 한가롭게 보인다. 주거 분야 발표를 맡은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국회의원을 만날 때마다 세입자의 삶이 남의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다. 현실을 살고 있는 2030 세대와 현실 대책을 결정하는 정치인의 간극이 '어디에도 투표할 수 없다'는 무당층 유권자를 만들고 있다.
행사에 모인 이들은 스스로를 퓨처 보터라고 불렀다. 갈팡질팡하는 캐스팅 보터가 아니라 미래를 약속할 정당과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의미에서다. 이번 선거에서 퓨처 보터의 마음을 잡는 방법은 제대로 미래를 책임질 정책과 후보를 내놓는 거다.
대안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 보고서는 육아 휴직을 지원하고 비혼 가정을 지원하고 노동 시장 격차를 완화할 때마다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구체적 수치로 전망한다. 필요한 건 결정이다. 그리고 절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 앞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공동체의 합의를 만드는 건 언제나 정치의 몫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젊고, 2030년에도 가장 젊을 세대가 주말에도 정치를 찾아 모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