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영원히 사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을까. 세계 첨단산업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엔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세계 두 번째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그중 한 명이다.
머스크가 건강한 영생(永生)을 목표로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사람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환자의 좌뇌와 우뇌에 칩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뒤, 처음으로 나선 실제 시험에서 거둔 결과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개발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 소식을 직접 공개했다. 그는 "28일 첫 환자의 뇌에 칩을 이식했다"며 "잘 회복 중이고, 초기 결과에서 괜찮은 신경 자극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칩이 뇌의 개별 신경에서 신호를 감지하고 있으며, 잠재적으로는 신호를 해석하게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해당 칩의 이름을 '텔레파시'라고 소개했다. 그는 "텔레파시는 생각만으로 휴대폰이나 컴퓨터는 물론, 거의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며 "초기 사용자는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티븐 호킹이 속기사나 경매사보다 더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며 "그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세계적 물리학자였던 스티븐 호킹(1942~2018)은 21세 때부터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을 앓아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했다.
뉴럴링크는 FDA 승인 4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사지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에 나섰다. 당시 뉴럴링크는 10명 모집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몇 명이 최종 선정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예정된 총 시험 기간은 6년이다.
머스크는 2016년 뉴럴링크를 창업했다. 일단 초반 목표는 그의 말마따나 사지마비 환자나 시각장애인이 생각만으로 타자를 치거나 마우스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 수명 연장이다. 머스크는 클라우드(가상 서버)에 각종 콘텐츠를 저장하고 내려받듯이, 사람의 기억 등도 '외부'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왔다. 이를 통해 사람의 뇌를 통째로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에 옮기면 사실상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이는 실질적 첫걸음인 이번 임상시험이 성공해야만 꿈꿔 볼 수 있는 얘기다. 칩 이식에 성공했더라도, 그다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뉴럴링크는 2021년 실험용 원숭이들에 칩을 이식했는데, 이후 일부가 마비·발작 등 심각한 부작용을 보였다는 내부 고발이 있었다.
안전성을 해결한다 해도 윤리 문제가 남는다. 사람과 기계를 결합하는 것이 옳은지, 결합을 통해 생겨난 존재를 인간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하다.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지만 BCI 발전 자체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크다. 제이콥 로빈슨 모티프뉴로테크 CEO는 "뉴럴링크가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 시작을 발표한 지 6개월도 안 돼 첫 수술을 완료한 건, 그만큼 수요가 있음을 입증한다"고 WSJ에 말했다. 세계 BCI 업계에는 현재 뉴럴링크 외에도 블랙록뉴로테크·싱크론·프리시전뉴로사이언스 등의 회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