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신당 ‘새로운선택’의 좋은 출발

입력
2024.01.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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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최초 ‘조세개혁’ 참신한 깃발
보수ㆍ진보 한계 극복 국가운영 청사진
반민주ㆍ비국힘 등 새 정치 구심력 되길

지난 15일은 우리 축구 대표팀이 카타르 아시안컵 첫 상대 바레인을 맞아 3대 1로 이긴 날이다. 국민 다수의 시선이 거기에 쏠린 그날, 다른 한쪽에선 어쩌면 한국 정치의 풍향을 바꿀지도 모를 사건이 벌어졌다. 제3지대 신당으로 막 출범한 ‘새로운선택’이 정치적 정체성을 명확히 담은 ‘조세개혁안’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오만한 고집’과 ‘가증스러운 거짓’으로 기존 양대 정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하자 총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세력들이 나타났다.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나왔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낙연 전 총리와 ‘비명 4인방’ 등이 새 정치를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어떤 새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제대로 밝힌 곳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금태섭 신당인 ‘새로운선택’이 국가운영의 근간인 조세제도 개혁안을 내놓음으로써 앞으로 어떤 정치를 펼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질문에 가장 앞서 진지한 해답을 내놓은 셈이다.

‘새로운선택’이 잘 조화된 정책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애초부터 미지수였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색깔’이 제 각각인 것처럼 보였다. 창당을 주도한 금태섭 공동대표는 서울대 법대 출신에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지낸 전형적 제도권 엘리트다. 반면 조성주 공동대표 등 정의당에서 합류한 ‘청년그룹’이나, 한지원 정책위의장 등은 사실상 재야에서 제각각 진보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이념과 정치적 지향, 세대부터 소득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만만찮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12월 ‘새로운선택’ 결집을 계기로 차이를 극복하면서 매우 역동적인 정치적 시너지를 창출해왔다. 특히 이번 조세개혁안은 기존 양당 정치로는 풀기 어려운 정책공간이 분명히 존재하며, 제3지대에 그 문제를 풀 진지하고 유능한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있음을 뚜렷이 입증하고 있다.

사실 복지지출만 감안해도 우리나라 재정규모는 빠르게 커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여당은 재정건전성을 의식해 연간 예산증가율까지 최대한 억제하려는 기조다. 반대로 야당은 제대로 된 재원대책도 없이 일단 빚을 내서라도 재정지출을 늘리자는 입장이다. 증세가 상식이지만 여야 모두 본격 증세는 주저한다. 반면, ‘새로운선택’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본격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얘길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합리적 증세방안으로 어떤 당이 집권하든 대통령 임기 5년마다 소비세율이 1%포인트씩 자동으로 인상되도록 하자는 주장을 냈다. 또 소득세제도 각종 공제를 줄이고 세원을 넓혀 납세 대상자의 50%가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 현실을 개혁하자고 했다. 소비세든 소득세든, 기존 양대 정당이 국민 눈치 보느라 어물쩍 넘기고 있는 문제를 적확하게 꼬집은 주장이다.

부자감세니 부자증세니, 공연한 ‘과장광고’ 그만하고, 소비ㆍ소득세 올리는 대신 서울 아파트가격 이하 재산에 대해선 상속ㆍ증여세를 면제해 중산층 부담 감면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기준소득 이하 납세자에겐 ‘마이너스 소득세’를 도입해 양극화에 대비하자고 제안했다. 마이너스 소득세는 기준소득을 정하고, 미달하는 납세자에게 차액을 국가가 지급해 주는, ‘이재명표 기본소득’의 현실적 개량형이라 할 수 있다. 재야 진보의 주장과 실용주의가 잘 융합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는 현실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준비해도 선거에서 지지받지 못하면 일장춘몽이 될 뿐이다. ‘새로운선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모처럼의 제3지대가 소멸하면 우리 정치는 다시 기득권 양대 정당의 ‘고인 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선택’ 같은 제3지대 신당이 국회 60석을 차지하는 쇄신의 바람이 일어나면 좋겠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