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가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멘붕(멘털 붕괴)’에 빠졌다.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현직 김종국 감독에게 28일 직무 정지를 내리고 추이를 지켜보려 했으나 29일 구속영장 발부 소식까지 전해져 이날 바로 해임을 결정했다.
KIA는 품위 손상 행위로 판단하고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 없이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영장이 발부되면 김 감독은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고(故) 김진영 감독에 이어 역대 현역 감독 두 번째로 구속된다. 당시 김진영 감독은 심판을 폭행해 구속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장정석 전 단장과 김 감독이 한 커피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이 같은 내용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 2022년 8월 KIA와 후원계약을 맺은 이 업체로부터 김 감독이 받은 금품은 총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단장 역시 수천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KIA는 올해 3년 계약이 만료되는 김 감독을 재신임했던 터라 이번 사건은 충격 여파가 크다. 2022시즌을 앞두고 KIA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부임 첫해 5위로 ‘가을 야구’에 갔지만 2023시즌엔 6위에 그쳐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에 구단 내부적으로 새 사령탑 후보를 물색하고 접촉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은 김 감독 체제로 2024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KIA는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은 김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바쁘게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은 없었지만 내부 FA 김선빈과 고종욱을 모두 붙잡았다. 아울러 베테랑 주축 타자 최형우와 비FA 다년(2년) 계약도 했고, LG에서 방출된 최우수선수(MVP) 출신 내야수 서건창을 데려왔다.
전력 유출 없이 국내 선수단 구성을 끝내자 선수들 사이에서는 “올해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특급 외국인 투수 영입이다. 2023시즌 외국인 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구단은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움직였다. 그 결과, 지난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었던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을 품었다.
지난 22일 진행된 2024시즌 코칭스태프 전략 세미나에서도 기대치가 높아졌다. 김 감독은 세미나를 마친 뒤 “지난 시즌은 아쉽게 마무리했지만 올 시즌은 우승을 목표로 스프링캠프부터 준비를 단단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다짐은 결과적으로 지킬 수 없게 됐다. 오히려 힘차게 출발해야 할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전하며 팀에 큰 피해를 끼쳤다. KIA 선수단은 지난해 장 전 단장의 FA 뒷돈 요구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감독의 비위 행위까지 불거져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KIA 구단은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