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단판승으로 치러지는 16강전을 앞두고 클린스만호가 깊은 고심에 빠졌다. '빗장 수비'를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선 일단 수비를 뚫었다 하면 날카롭고 정확한 '한 방'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한 방을 누구에게 맡길지가 한국 축구 대표팀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최근 세 차례의 조별리그에서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가 무색할 정도로 문제점을 다각도로 드러냈다.
미워도 다시 한번, 조규성?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탄을 받은 건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의 부진이다. 조규성은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각각 72분, 69분을 뛰고도 유효슈팅은 0개를 기록했다. 3차전에서도 62분을 뛰었으나 유효슈팅은 1개에 그쳤다.
결정적 찬스도 여러 번 놓쳤다. 요르단전에선 골문 바로 앞에서 공을 잡고도 골대 위로 차올리는 실수를 범했고, 말레이시아전에서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설영우(울산HD)가 건넨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자신의 최대 장기인 제공권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조규성은 요르단전에서 공중볼 경합을 네 차례 벌였으나 모두 실패했다. 조규성은 득점 능력도 갖췄지만 동료 공격수들과의 연계 플레이를 통한 득점 찬스를 만드는 역할도 뛰어나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의 신임을 받았는데 이번 아시안컵에선 이런 부분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살아나지 않는 골감각에 축구 통계사이트 풋몹도 바레인전에선 평점 6.4점, 요르단전에선 6.3점, 말레이시아전에선 6.1점으로 갈수록 낮은 점수를 줬다.
다만 작년 9월 유럽원정으로 열린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조규성이 수비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머리로 골망을 흔들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경기에서 다시 한번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또 사우디 수비수 알리 라자미(알 나르스), 알 브라크(알 힐랄), 하산 팀바크티(알 샤밥) 등은 신장이 185㎝인 조규성보다 작아 공중 볼경합에서 여전히 승산이 있다.
가능성 보여준 오현규를 선발로?
사우디전에서 지면 짐을 싸야 하는 만큼 클린스만호가 이번엔 조규성 대신 오현규(셀틱)를 선발로 내보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오현규는 말레이시아전에서 후반 17분 조규성과 교체돼 경기에 투입됐는데 잔디를 밟자마자 상대의 페널티 박스 안쪽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후반 49분에는 상대의 반칙을 이끌어내 페널티킥을 얻기도 했다. 이 페널티킥은 손흥민(토트넘)의 발끝을 지나 골로 이어졌다.
오현규는 28일 훈련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준비한 경기만 펼치면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현규는 "분명 공격수들에게 압박이 있지만, 인정받으려면 득점해야 한다"며 "골문 앞에서 어떤 상황이든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심플하면서 창의적으로 경기에 나서 득점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소' 황희찬 복귀... 손흥민을 최전방에?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황희찬(울버 햄프턴)이 사우디전에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규성, 오현규 대신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줄곧 윙으로 뛰었지만, 최전방에서 뛸 때도 대단한 파괴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클린스만호의 득점에 기여할 수 있다. 황희찬 또한 올 시즌 소속팀에서 스트라이커 등으로 활약하며 11골을 넣은 만큼 황희찬과 손흥민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8강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