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가 자사 플랫폼에 유통되는 아동 성착취물 단속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SNS를 악용해 아동을 꾀어내거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행위를 자체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미국 의회 차원에서 논의 중인 제재·규제의 강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조 베나로치 엑스 사업 운영책임자는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신뢰와 안전 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센터를 설치하고 약 100명의 콘텐츠 관리자를 채용, 아동 성착취물 유통을 단속하겠다는 게 베나로치의 설명이다.
2022년 말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사명을 ‘엑스’로 바꾸고 표현의 자유를 들어 콘텐츠 심의 인력을 대폭 해고했는데, 이를 일부 복원하는 셈이다. 베나로치는 “범법자들이 플랫폼을 이용해 아동 성범죄 콘텐츠를 배포하는 것을 막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교로운 건 발표 시점이다. 블룸버그는 “(엑스의) 이번 대책은 31일 미국 상원 사법위원회에서 열리는 청문회를 불과 며칠 앞두고 공개됐다”고 짚었다. 최근 상원은 SNS 기업에 아동 성착취물 유포 방지는 물론, 실제 유포 시 져야 할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31일 청문회에는 메타와 틱톡, 디스코드, 엑스 등 주요 기술 기업 CEO들도 대거 증인으로 참석한다. 엑스의 ‘단속팀 신설’ 방침은 이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테크 업계에선 청문회와 관련, 우려의 시선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가 내놓을 제재 방안이 자칫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기술 기업들은 플랫폼의 합법적 게시물까지 잘못 삭제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의원들은 당적을 불문하고 플랫폼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WP는 “아동 성착취 예방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한데 묶일 수 있는 보기 드문 의제”라고 짚었다. 청문회 의장을 맡은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플랫폼 측에 아동 성착취물 유포 관련 책임을 묻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면서 “그들(기술 기업)은 모두 어린이 보호나 프로세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다. 고의적으로 이익 중심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미 의회에선 아동 성착취물 피해자가 플랫폼 기업을 고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논의되고 있다. 아동 성착취물 제작·유포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벌어지는 탓에 직접 처벌이 힘든 만큼 ‘유통의 장’을 제공하는 미국 기술 기업을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플랫폼이 아동 성착취물을 발견할 경우 신고해야 할 의무만 부과할 뿐, 유통 단속·방지 책임까진 지우지 않고 있다.
존 시헌 미국 국립실종·착취아동센터(NCMEC) 아동착취부서장은 “범법자 체포만으로는 문제를 근절할 수 없다. 기술 기업들은 범죄를 더 잘 감지·제거·예방할 수 있다”고 WP에 말했다. NCMEC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아동 성착취물 신고 건수는 3,600만 건으로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 2022년엔 3,200만 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