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家)의 재산이 아시아에서 열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재벌 중에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건 삼성가뿐인데 세계 부호 500위권에 포함된 한국 부호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뿐이었다.
29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시아 부호 가문 상위 스무 곳이 보유한 재산은 24일 기준 5,340억 달러(약 714조4,900억 원)였다. 이 중 삼성가가 가진 재산은 182억 달러(약 24조3,500억 원)로 아시아 12위였다. 지난해(185억 달러)보다 재산은 3억 달러 줄었고 순위는 두 계단 떨어졌다. 삼성가는 2019년(285억 달러)과 2020년(266억 달러)에는 아시아 부호 상위 5위를 차지했으나 2022년 15위(163억 달러)로 내려갔다. 블룸버그는 삼성가를 "이병철 회장이 1938년 과일, 야채, 생선을 수출하는 회사로 삼성을 세웠다"며 "1969년 전자 사업을 시작했고 1987년 그의 아들 이건희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부자 가문은 인도 최대 석유·통신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를 지배하는 암바니 가문이 지난해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다. 암바니 일가의 보유 재산은 1,027억 달러다. 한국에는 2019년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장남 아카시 암바니의 결혼식에 이 회장이 참석하면서 알려졌다. 2위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인 자룸과 BCA은행 등을 소유한 하르토노 가문(448억 달러), 3위는 인도 건설업체 사푸르지 팔론지 그룹을 운영하는 미스트리 가문(362억 달러)이다. 이 밖에 홍콩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순훙카이를 이끄는 궈(郭) 가문(323억 달러)과 태국 대기업 CP그룹을 이끄는 체라와논 가문(312억 달러)이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이번 집계에서는 2020년 이후 처음 중국 본토의 재벌 가문이 상위 20위권에 포함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아시아의 부와 권력의 집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라며 "인도 주식 시장이 홍콩을 제치고 세계 4위 주식 시장이 되는 등 인도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이 회장의 재산이 29일 현재 90억5,000만 달러(약 12조1,000억 원)로 세계 부호 262위라고 밝혔다. 세계 500대 부호 중 한국인은 그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