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6월 1일 영국 BBC 라디오는 저녁 뉴스 도입부에 폴 베를렌의 시 ‘가을의 노래(Chanson d'automne)’ 첫 세 행을 인용했다. “가을 바이올린의 긴 흐느낌.” 연합군 특수작전사령부가 프랑스 레지스탕스에게 전하는 비밀 메시지, 즉 상륙작전이 2주 내에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린 거였다.
다음 세 행 “단조로운 나른함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네”는 5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됐다. 작전이 48시간 내에 시작되니 철도 파괴 등 사보타주에 나서라는 지령이었다. 나치 독일 역시, 정확한 상륙지점과 시점만 몰랐을 뿐 연합군의 본토 상륙이 임박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불리는 ‘오버로드(Overlord) 작전’은 1941년 말 미국이 참전한 직후부터 구상됐다. 40년 5월 됭케르크 철수작전으로 영국을 뺀 유럽 전역을 나치가 장악한 상태였고, 2차대전은 사실상 동부전선의 러시아가 지탱하고 있었다. 스탈린은 미-영 연합군의 협공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44년 6월 5일이던 D데이가 기상 악화로 하루 연기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윈스턴 처칠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조셉 스탈린이 처음 만난 43년 말 테헤란 회담에서 합의한 시기는 44년 5월 초였다. 이듬해 1월 31일 연합국 수뇌부는 함선 증강 등을 위해 5월 말 6월 초로 D데이를 다시 연기했다.
6월 4일 오후 1시 뉴스통신사 AP는 작전이 개시됐다는 희대의 오보까지 냈다. 텔레타이프 기사가 뉴스 송신장치를 켜둔 채 연습 삼아 친 문장이 세계로 전송된 거였다. AP는 5분 뒤 정정보도문을 내보냈지만 사실 그 무렵엔 영국 해군 미니잠수함 두 척이 6월 2일 출항해 노르망디 해안 상륙지점 인근에서 경계 잠항 중이었다. 연합군 첫 함선이 출항한 것은 6월 6일 D데이 자정 직후였지만, 노르망디 독일 방어선 후방 침투를 위해 영미 공수부대를 태운 수송기가 기지를 이륙한 것은 6월 5일 밤 11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