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히스테리의 어제와 오늘

입력
2024.01.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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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집단 히스테리


2023년 10월 초 아프리카 케냐의 한 여자고교 학생 100여 명이 팔다리 마비 증상과 함께 경련을 일으키며 실신했다. 전염병을 의심한 보건당국은 즉각 학교를 폐쇄하고 역학조사에 나섰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2013년 9월 미국 버지니아주 블루리지산맥 인근의 한 고교에서도 학생 다수가 경련과 함께 현기증과 두통 증상을 호소했고, 얼마 뒤 로어노크 카운티 재학생 10여 명도 유사한 증상을 겪었다. 전염병을 의심해 등교를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졌고, 이산화탄소 중독사태다, 페인트에 함유된 납 성분 때문이다, 늪지대 가스 때문이다라는 등 소문이 난무했다. 10월 초 버지니아주 보건당국은 환경적 요인을 부정하며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된 ‘집단 히스테리(mass hysteria)’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사회적 요인’의 실체는 밝히지 못했다.

집단 심인성 장애 또는 전환 장애라고도 불리는 집단 히스테리는 신경학적 요인 등 특정 의학적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통제 불능 상태의 신체적 이상 증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학생의 경우 시험 스트레스나 엄격한 규율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일반화할 만한 근거는 없고, 증상도 두통과 발열, 메스꺼움, 마비, 현기증, 발작, 발진 등 다양하다.

미신적 현상으로 이해되던 그런 증상에 집단 히스테리라는 모호한 의학적 진단이 내려진 건 1962년 1월 30일 아프리카 탄자니아(당시 탕가니카) 카샤샤(Kashasha)의 한 여학교에서 시작된 ‘웃음 전염병’부터다. 선교사 기숙학교 여학생 3명이 이유 없이 웃기 시작한 뒤 재학생 159명 중 95명에게 ‘전염’됐다. 증상은 몇 시간에서 최장 16일까지 이어졌고 인근 학교와 마을로도 번졌다. 사태는 18개월 뒤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공포나 불안처럼 뚜렷한 병증이 없어 진단되지 않은 심리적 집단 히스테리 사례는 더 많을 수 있고, 어쩌면 습관처럼 만성화했을지도 모른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