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군사 위기 조성에, 중국 책임 있는 역할 보여줘야

입력
2024.01.29 04:30
27면


미국이 26, 27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중국과의 고위급 협의에서 북한의 최근 잇단 군사 도발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외교부장 겸직)의 만남을 통해서다.

최근 북한은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와 수중 핵무기 체계 시험 등을 벌이며 한반도 주변에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잇따라 “앞으로 몇 달 내에 한국에 대해 치명적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010년 연평도 포격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의 공격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한반도에서 전면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최근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경고다. 이런 상황에 미중 고위급 만남에서 북한에 대한 우려가 오갔다는 것은 북한의 군사도발 위험성을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만남에서 제기된 우려들은 북한에 파견된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미국 측의 전화 협의를 통해서도 북한에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중국은 분명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을 비핵화 경로로 복귀시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반도 위기를 고조하거나, 안정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중국에도 큰 위협 요소이다. 비록 대만 문제와 무역 등에서 미국과 갈등하고 있지만,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미 요청을 거부하기 힘든 이유다. 또 적극적 개입을 통해 북한의 도발 위협이 중단된다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가 될 수도 있다. 그보다 앞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중국에 적극적 역할을 요청하는 등 대중 외교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