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 부른 '조국 사태' 여파인가...수능 본 고3 비율 2019년 이후 최고

입력
2024.01.28 18:30
작년 고3 수능 응시 비율 69%→73%
"정시 확대·학생부 기재 축소 영향"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보지 않고 대학에 가려는 고등학생 비율이 최근 5년 중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 사태' 이후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정시 비중을 높였고, 대입에 쓸 수 있는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항목이 축소되며 수능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로학원은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 중 2024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학생 비율이 72.8%로 2020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다고 28일 밝혔다. 고3의 응시율은 2019년 실시된 2020학년도 수능 때 69.3%에서 2021학년도에는 67.4%로 감소했지만 2022학년도(71.4%)와 2023학년도(71.5%)에 증가세로 전환됐고 2024학년도에는 더 늘었다. 수능 응시자 3명 중 1명(35.3%)이 N수생(졸업생)일 정도로 N수생 비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수능을 안 보는 고3도 줄어든 것이다.

또한 종로학원은 수시 원서 접수 전 실시되는 6월 모의평가에 응시하고, 11월 수능은 보지 않은 고3도 줄고 있다고 밝혔다. 6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수능에 응시하지 않는 고3은 주로 수시전형에 '올인'하는 이들이다. 6월 모의평가를 본 고3 대비 같은 해 수능에 응시한 고3의 비율은 2020학년도 87.5%에서 2024학년도에는 93.9%로 증가했다.

이는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수능 없이 대학에 가는 길'이 좁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 사태 뒤 발표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서울 주요 대학의 수능 중심 정시 모집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며 학생부의 수상 실적·자율 동아리활동·개인 봉사활동 등 비교과 활동이 대입에 활용되지 않게 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자기소개서도 폐지했다.

이에 주요 대학 정시 비중은 2022학년도부터 높아졌고, 2024학년도부터는 '비교과 미반영'이 완전히 적용됐다. 현재 고등학생이 수능 성적 없이 대학에 가려면 내신 성적을 주로 평가하는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중에서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는 대학을 노려야 한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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