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미국에 '종전 관련 논의' 관심 전달" … 미국은 부인

입력
2024.01.27 00:11
블룸버그 "크렘린궁 복수 관계자 증언"
미·러는 부정… "러시아 심리전" 추측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관련 논의에 대한 관심을 미국에 은밀히 전달했다는 러시아 크렘린궁 익명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다만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러시아 측에서도 상당 부분 부정했다. 결국 '물밑 대화'가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불안하게 하려는 심리전일 뿐이란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렘린궁과 가까운 익명의 인사 두 명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향후 안보 협정을 비롯한 논의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간접적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립국' 지위 주장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반대도 결국 철회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다만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 정부 통제권은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반대는 러시아 침공의 가장 큰 명분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그런 소통이 없었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은 "러시아의 입장에 그런 변화가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러시아와 협상을 할지와 그 시기, 방법은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러시아 측은 '협상에 열려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고, 보도된 내용 일부는 강하게 부정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를 두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협상에 열려 있고, 앞으로도 계속 열려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반대를 철회할 수 있는 등의 보도에 대해선 "현실과 전혀 무관하다"며 단호하게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축시킬 심리전의 일환으로 '미국과 물밑 대화 중'이란 이야기를 흘렸다고 의심한다. 전 백악관 러시아 담당 고위 관리였던 피오나 힐은 "러시아는 (비밀리에) 소통 통로가 존재하고, 모든 것이 미국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자아내 아무도 역할을 하지 않길 원한다"며 "이는 러시아의 고전적인 연극"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지난달에도 미국 뉴욕타임스는 '푸틴이 미국에 간접적으로 휴전에 대한 관심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