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 달고 다닐 수도 없고"… 잇단 '정치인 테러'에 총선 후보들 비상

입력
2024.0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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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사진 전송, 다짜고짜 욕… 일상이 공포
경찰 전담보호 강화도 유력 정치인 한정
'유권자 멀리한다 오해할까' 고민 불가피
김진표 의장 "극단 정치 벗어나야" 자성도

'흉기 사진 전송하기' '다짜고짜 욕하며 다가오기' '밤 늦은 시간 선거사무실 앞에 수시로 찾아오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연이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격 사건에 여야 총선 예비후보들이 '언제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접촉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어지간한 물리적 언어적 공격은 감수해왔지만, 이번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테러' 앞에선 자연스레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총선을 70여 일 앞두고, 점차 대면 접촉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언제든 모방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선거라는 '큰 잔치'를 목전에 두고, 정치 활동 자체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정치인이 권력층이라고 생각하면 분노의 대상이 되기 쉽다"며 "선거가 치열해지면 그런 일(테러)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그는 요즘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 악수를 하기 전 상대방 손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흉기나 둔기 등이 들려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첫 원내 진입을 도전하는 한 후보는 혼자 있는 시간을 되도록 줄이려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른 지역 가까운 후보들과도 서로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가급적 캠프 사람들과 함께 다니려 한다"고 전했다. 혼자 다닐 때나 늦은 시간엔 눈에 잘 띄는 선거 점퍼를 굳이 입지 않으려 한다는 후보자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딱히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인이 사람을 가려 만날 수도 없는 노릇. 그나마 거론되는 방안이 경호 등 신변보호 조치다. 통상적으로 경찰은 선거 2주 전부터 주요 정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 전담보호팀을 운영한다. 최근 사건으로 이를 조기 운영하기로 하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대표에 대해 근접 신변보호를 하고 있고, '이준석·이낙연' 등 주요 정치인의 신변보호팀 배치도 협의 중이다.

하지만 이는 유력 정치인에 한정된다. 모든 총선 후보들이 공권력을 기대할 수도 없고, 경찰 역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과도하게 인력을 투입한다'는 지적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다음 주 월요일 당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경찰청장을 국회로 불러 (사고 방지책에 대해)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결국 대부분 후보들은 선거캠프와 보좌진 차원에서 자체 경호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 역시 유권자들과 '스킨십'이 중요한 후보들 입장에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총선을 준비하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의 한 보좌진은 "유권자들과 만나는데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 적절한 모습인지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피습 우려를 말하는 것이 자칫 지역 주민들을 멀리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두렵다'는 후보들도 다수 있었다.

정치인이 범죄의 표적이 되도록 만든 데엔 대결의 정치를 일삼은 정치권의 책임도 큰 만큼, 대화와 타협, 협치를 우선 복원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많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앞장서 "속히 서로를 적대하는 극단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정치권 전체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 민주주의는 만연한 폭력에 질식당할 것"이라고,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혐오에 반대하는 국민과의 연대를 더 크게 넓혀 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