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72년 만에 자국 내 술을 파는 매장을 연다.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대개혁 정책인 '비전 2030'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BBC방송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몇 주 안에 수도 리야드의 대사관과 외교 관저가 몰려 있는 외교 단지에 주류 상점을 열기로 했다. 무슬림이 아닌 외교관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인 형태의 매장이다.
하지만 음주는 물론 술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해온 만큼, 술이 유통된다는 것만으로도 사우디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앞서 사우디는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의 아들 중 한 명이 음주 상태에서 영국 외교관을 총으로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1952년부터 법으로 술 판매 등을 금지해 왔다.
주류 구입을 위해선 사우디 외무부로부터 통관 코드를 받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등록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구입할 수 있는 양에도 상한이 있다. 포인트 시스템을 마련해 한 달 기준 증류주 40리터, 와인 80리터, 맥주 240리터를 허용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외신들은 이 같은 조치가 사우디를 무역·금융·관광 중심지로 만들려는 무함마드의 '비전 2030'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8년 여성의 운전 허용을 비롯해 공공장소에서 남녀 분리 완화 등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