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이웃국가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정부군 간 교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투가 거세지면서 피란민과 탈영 군인이 대거 국경을 넘어 인도로 들어오자 자국으로 내전의 불똥이 튈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인도 정부는 도망친 군인들을 발 빠르게 미얀마로 돌려보내고 ‘철의 장벽’을 세우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25일 인도 더힌두와 이코노믹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군은 이날 오전 92명의 미얀마군을 미얀마 영토로 돌려보냈다. 이달 중순 미얀마 소수민족 반군 아라칸군이 군부가 점령한 라카인주(州) 시트웨 지역을 공습하자 장교 36명과 병사 240명 등 276명의 정부군이 인도 미조람주로 피신했다. 인도 정부는 23일 184명을 미얀마로 보냈는데, 이틀 만인 이날 나머지 병력도 본국으로 송환했다.
인도의 미얀마군 송환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27일 미얀마 북동부 샨주에서 반군 조직 아라칸군·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타앙민족해방군이 결성한 ‘삼형제 동맹’이 정부군을 상대로 합동 작전을 개시한 이후 교전은 북부 지역 전반으로 확대됐다. 특히 반군 연합 세력이 군부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두고 친주 등 인도 접경 지역까지 세력을 넓히면서 수세에 몰린 미얀마군들이 공격을 피해 이웃 국가로 넘어가는 일이 잦아졌다.
이들을 방치할 경우 인도 정부가 미얀마 정부군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고, 반군이 인도 국경 지역을 공격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탈영병들을 서둘러 돌려보내고 있다는 게 현지 매체들의 설명이다. 더힌두는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공세를 강화한 이후 석 달간 최소 635명이 미조람주로 피신했다”며 “현재까지 360여 명 이상이 본국으로 돌려보내졌다”고 설명했다.
원치 않게 본국으로 실려간 병사들의 운명은 불투명하다. 이날 미국 AP통신은 미얀마 군부가 북동부 핵심 도시를 반군에 넘겨준 지휘관 6명에게 사형과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주둔지를 버리고 이웃 국가로 도망친 이들에게도 철퇴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군인뿐만이 아니다. 반군과 정부군 간 교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미얀마 난민들도 국경을 넘고 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미얀마 쿠데타 발발(2021년 2월 1일) 이후 미조람주에서 피란처를 찾은 미얀마인이 3만1,000명”이라며 이 가운데 수천 명이 최근 석 달 사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난민이 대거 몰려오면서 접경 지역 치안이 악화하고 현지 주민 불안이 높아졌다는 게 인도 정부의 지적이다. 마니푸르주 등 일부 국경 도시는 자신들의 지역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사건 사고가 난민 유입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아예 물리적 이동을 차단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아미트 샤 내무장관은 최근 “미얀마와의 국경 전체에 철조망 울타리를 세우고 양국이 맺은 ‘자유이동 협정’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미조람주를 비롯해 나갈랜드, 마니푸르, 아루나찰프라데시 등 북동부 4개 주에 걸쳐 미얀마와 1,643㎞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이곳을 모두 가로막는다는 의미다. 인도는 이미 파키스탄 국경에 2,000㎞ 이상, 방글라데시 국경에는 3,000㎞가 넘는 철조망 울타리를 설치해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자유 이동 협정이 종료될 경우 양국 간 교류 장벽도 높아진다. 그간 두 나라는 국경 근처 거주민이 과거부터 민족적으로 깊은 유대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 이들이 자유롭게 양국을 오갈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국경 양쪽 16㎞ 이내에 거주하는 인도와 미얀마 국민은 비자 없이 최대 2주간 상대국에 머무를 수 있는데 앞으로는 이동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산하 아시아리뷰는 “미얀마와 인도 사이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조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