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한파에 이어 폭설까지 내리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매서운 바람에 얼굴 피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지만 겨울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강원 정선군 함백산 자락의 만항재를 찾았다. 산 아래엔 눈 흔적이 없어 불안했는데,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정상 부근에 닿은 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푸른 하늘과 맟닿은 듯한 새하얀 설경은 ‘겨울왕국’의 진면목을 선사했다.
만항재 쉼터 숲으로 향하는 길가 나무에는 눈꽃들이 화려하게 피었고, 작은 푯말과 시설물들은 뭐가 부끄러운지 모두 눈 속에 숨었다. 천상에 온 듯 설국을 걷다 보니 손과 발이 얼어붙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비경에 탄성이 절로 났다.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만항재를 내려다보니 땅에서 보던 것과 사뭇 다르다. 화폭에 물감을 뿌린 듯한 수채화의 모습도, 커튼의 문양처럼 질서정연한 패턴도 나타났다. 산허리를 관통하는 송전탑은 눈보라에 뒤덮여 겨울왕국의 소품처럼 보였다. 작은 인간은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아쉽게도 산꼭대기에서 부는 바람이 드론의 비행을 방해했다. 순간 짧은 겨울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숲엔 어둠이 깔렸고, 마지막 한 줄기 빛이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쌓인 눈이 보석처럼 빛났다. 다음 주면 설 명절이다. 겨울 한파로 인해 설 물가가 치솟는다는 우울한 뉴스가 나와 서민들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늘고 있다. 그러나 태양이 다시 떠올라 얼었던 숲속에 온기를 전하듯, 우리들의 삶에도 따스하게 빛나는 희망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