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목소리·목 안 이물감·입 속 상처 3개월 넘게 지속되면 두경부암 때문?

입력
2024.01.24 20:32
[건강이 최고] 자궁경부암 일으키는 HPV도 발병 원인 꼽혀

두경부암은 머리(頭)와 목(頸部) 부근에 발생하는 암이다. 대부분 두경부 안쪽 점막을 덮고 있는 편평세포에서 시작된다. 암 자체가 생소한 데다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이 두려워한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치료할 수 있다.

흡연과 음주가 가장 큰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돼 두경부암에 걸리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쉰 목소리나 목 안의 이물감, 입 속 상처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두경부암을 의심해야 한다.

◇두경부암 5년 생존율 60% 내외

두경부는 뇌 아래에서 가슴 윗부분 사이를 말한다. 두경부암이란 눈·뇌·귀·식도를 제외한 구강·비강·후두·구인두·하인두·비인두·갑상선·침샘 등 두경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을 말한다.

후두암·구강암·편도암·인두암·침샘암 등이 대표적이다. 전체 5년 생존율은 60% 내외지만, 암 발생 부위에 따라, 또 병기에 따라 예후(치료 경과)가 다르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두경부암도 빨리 발견할수록 완치율이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두경부암 위험 인자나 증상 징후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목소리 변화가 6주 이상 지속되거나 구강 내 궤양이나 부종, 구강 점막의 적백색 반점이 3주 이상 낫지 않거나, 연하장애(삼킴 곤란)이 3주 이상 지속되거나, 한쪽 코가 지속적으로 막혀 있거나 이상한 분비물이 동반되거나, 치주 질환과 관련 없이 치아가 흔들리거나, 목에 생긴 덩이·뇌신경 마비·안와(眼窩) 덩이·한쪽 귀 먹먹함이 3주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곤란 등이 생기면 두경부암 증상일 수 있기에 곧바로 병원 진료를 받는 게 좋다.

◇흡연·음주·HPV 등이 발병 원인

두경부암 주원인은 흡연이다. 구강·인두·후두가 호흡기 입구에 해당하므로 흡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흡연은 비흡연자보다 발병 확률이 2~3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도 유발 인자로 남성은 1일 권장 음주량의 3배 이상, 여성은 2배 이상 마시면 두경부암이 생길 위험이 높다.

또한 최근에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도 두경부암 원인으로 거론된다. 보통 성관계를 통해 감염돼 자궁경부암·항문암·성기사마귀 원인이 된다. 구강 성교 등으로 입 속 점막에 감염되면 구인두암에 노출될 수 있다.

이 밖에 위식도 역류 질환, 식도 질환, 방사선 및 자외선 노출, 비타민·철 결핍, 지속·물리적으로 두경부 자극 등이 발병 원인일 될 수 있다.

◇최소 침습, 기능 보존 치료로 내시경·로봇 수술 고려

두경부암 치료는 수술이 우선적이고, 방사선 치료가 시행될 수 있다. 수술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최근 입 안으로 접근해 수술해 흉터나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법이 늘고 있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 두경부암이라면 인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면역항암제로 치료한다.

두경부암은 최소 침습적이며 기능 보존적인 수술이 매우 중요해 내시경이나 로봇 수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수술 기법이 발전해 입 속으로 접근해 수술할 수 있는 경구강 수술 적응증이 확대됐다.

피부 절개를 최소화하고 먹고 말하는데 필요한 장기를 최대한 보존해 효과적인 암 치료와 함께 삶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경구강 레이저 수술이나 내시경 수술은 입 속으로 수술 현미경이나 내시경을 사용해 목 깊숙이 있는 수술 부위를 확대 관찰하면서 레이저나 내시경 기구로 병변을 절제하는 방법이다. 전통적인 개방형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보다 치료 기간이 짧고 의료비도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다.

두경부암 중 편도나 혀뿌리에 생기는 암은 로봇 수술이 가능하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좋은 시야에서 수술이 가능해 시간을 단축하고 절개 범위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두경부암은 인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로 치료할 수 있다.

이영찬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두경부암 치료는 질병 완치뿐 아니라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과 미용적인 문제 해결이 매우 중요하다”며 “즉, 환자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암을 치료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흡연, 음주, 구강 성교 피해야

두경부암을 예방하려면 흡연과 음주를 삼가야 한다. 구강 성교는 자제하고, 정기검진으로 구강 쪽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게 좋다.

아직 국내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HPV 백신(자궁경부암 바이러스 백신)이 구인두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남성에게도 백신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HPV 백신 접종도 두경부암 예방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