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동안 단 한 번도 인명 피해나 사고가 없었던 항공사.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메가항공사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미국에서 열한 번째 규모인 지역항공사 하와이안항공이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피터 인그램씨에게 비결을 묻자 "우리만 마술을 부리는 건 아니다"라며 "항공 산업은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기에 더 노력할 뿐"이라고 답했다. 안전하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며 항공사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요소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州) 오아후섬에 있는 하와이안항공 본사에서 만난 이곳 직원들은 "날씨 상황실(SOCC)과 조종사들을 위한 모의주행 센터가 회사를 안전의 대명사로 만들어줬다"고 자랑했다. 회사의 허가를 받아 첨단시설을 직접 둘러봤다.
SOCC는 전시상황실(워룸) 같았다. 본사 1층 측면에 자리한 이 곳은 밖에서 보면 무슨 방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전면에 여섯 개의 대형 모니터 위로 등고선이 표시된 지도가 떠있었다. 대니얼 K. 이노우에 국제공항을 오가는 항로는 물론 하와이의 다른 섬들과 이 회사 비행기가 다니는 여러 나라의 지도였다. 크리스 총괄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날씨는 비행기 이착륙, 운항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식사 시간에도 교대로 자리를 지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섬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대부분 일본에서 시작된다"며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몬순(대륙과 해양 온도차로 풍향이 바뀌는 바람) 시즌에는 아주 바쁘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직원 여섯명은 자리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숫자와 그래픽으로 가득한 개인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모두 집중하고 있어 기계에서 나는 낮은 데시벨의 소음밖에 들리지 않았다. 크리스 총괄은 한 가운데 앉은 직원의 컴퓨터를 가리키며 "캘리포니아 온타리오는 녹색"이라며 "별 일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바로 옆 모니터는 거미줄처럼 빗금이 가득했다. 비가 내리는 지역이었다. 멀찍이 앉은 다른 직원은 환승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행기 한 편이 늦으면 환승편이 연이어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자랑하는 첨단 시설인 모의주행 센터에서는 조종사들이 연이어 훈련 중이어서 안을 볼 수는 없었다. 홍보팀 타라씨에 따르면 이 센터에선 보잉의 B-717과 에어버스 A321 NEO, A330을 운항할 수 있다고 한다. 타라씨는 "내년에 회사에 보잉의 드림라이너를 들여오는데 시뮬레이터는 이미 도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첨단 시설은 사실 조종사들에 대한 복지를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카이 부총괄은 "조종사가 주요 민간항공사에 들어가려면 각기 다른 기후에서 운항하는 여러 항공사에서 경험을 쌓아야 하고 많게는 연간 1,50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며 "일하면서 이수 시간을 채우려면 회사에서 지원해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하와이주는 미국 본토와 떨어져있는 까닭에 이 회사 조종사들이 연수를 하러 다른 주로 가려면 시간과 에너지, 비용을 들여야 하고 이는 결국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바꿔 말하면 유능한 직원들을 잃지 않으려는 회사의 노력 덕분에 탑승객들에게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주게 됐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