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출생아 절반이 줄었는데… 유아용품 매출은 2배 증가

입력
2024.01.23 17:20
출생아 수 43만명→24만명 추락
유아용품 매출은 2.7조→ 5.1조
"저소득층 위주로 저출산 심화된 것"

지난 10년간 저출산 현상 심화로 출생아 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유아용품 매출은 오히려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적어지면서 양육에 투자하는 비용이 늘어난 것에 더해, 출산율 하락이 저소득층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23일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2022년 아동·유아용품 항목 거래액은 5조1,979억 원으로 2015년(2조7,114억 원)에 비해 약 2배 늘어났다. 지난해는 11월까지 합산한 잠정 거래액이 4조6,396억 원으로,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출생아 수가 반으로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결과다. 2015년 43만8,420명이던 출생아 수는 2022년 24만9,186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는데, 3분기까지 출생아 수는 17만7,13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신생아 감소폭보다 유아용품 소비 증가폭이 더 크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간단하게 말해 둘 낳을 걸 하나만 낳으면 그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고, 아이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층별 출산율 격차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교수는 "저소득층에 비해 여유로운 중산층 이상에서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출산이 계층화돼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아동빈곤율이 낮아진 것도 중산층 이상에서 부모가 되는 경향이 강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2년 5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출산율은 2010년 대비 36.2% 감소했지만, 하위층은 51%, 상위층은 24.2% 줄어 저소득층에서 저출산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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