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플라스틱에 섞여 배출된 투명 페트병도 도로 페트병을 만들어 쓰는 등 식품용기용 재생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안전을 이유로 분리 배출된 투명 페트병만 식품용기 재활용이 허용됐지만, 투명 페트병 공급량이 적어 재생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정부가 공급 기반을 확충하는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 개정안을 24일부터 20일간 행정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투명 페트병은 색소와 이물질이 적어 최고의 재생원료로 꼽힌다. 페트병을 가공해 섬유나 시트를 만들 수도 있지만, 다시 페트병으로 제작하면 같은 방법으로 여러 차례 재활용할 수 있어 가장 친환경적이다.
이에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2년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식품용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선별사업자와 재활용사업자가 지켜야 할 시설 및 품질 기준을 만들었다. 종전에는 식품용기 원료로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투명 페트병에 한해 안전 기준을 지키는 조건으로 물꼬를 튼 것이다. 다만 투명 페트병끼리 따로 배출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분리 배출된 투명 페트병만 재활용을 허용하다 보니, 식품용기용 재생원료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별도 수거된 투명 페트병의 양은 전체 투명 페트병 출고량의 7.5%에 불과하다. 원료가 부족하다 보니 재생 페트병 생산 가격이 신제품 생산가보다 높아 식음료 업체들이 재활용할 유인도 떨어졌다.
이에 환경부는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과 혼합 수거된 투명 페트병도 식품용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이번에 기준을 변경했다. 무인회수기를 통해 수거된 투명 페트병도 별도 수거로 인정돼 식품용기 재활용이 허용된다.
대신 재생원료 생산업체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공정(뚜껑 및 라벨 제거→1차 광학선별→파쇄→비중분리→3회 이상의 세척과 탈수→열풍건조→2차 광학선별→먼지제거→금속선별)을 갖춰야 한다. 업체는 또 매달 공인시험분석기관에 의뢰해 이물질·폴리염화비닐(PVC) 함량 등 식품용기용 재생원료 품질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해 제출해야 한다.
환경부는 개정안이 상반기에 시행되면 식품용기용 재생원료로 쓸 수 있는 투명 페트병 물량이 늘어나 경제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유승광 자원순환국장은 “혼합 수거된 투명 페트병의 사용을 허용하더라도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기준 준수 여부 점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