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대표가 출산휴가 중인 소속 변호사를 사전에 예고도 없이 문자메시지로 해고했다가, 1·2심에서 연속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부장 양지정)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법무법인 A 대표변호사에게 최근 벌금 3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죄가 가벼운 경우 2년간 형 집행을 미루는 걸 말한다.
A 변호사는 2021년 4월 출산 후 휴가 중인 B 변호사에게 사전 논의 없이 문자메시지를 보내 해고하고, 해고예고수당(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았을 때 줘야 하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 84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변호사는 2018년 9월 B 변호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 지급방법과 휴일 등이 명시된 서면도 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산전 및 산후로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보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A 변호사는 "B 변호사와 상의해 2020년 10월까지만 근무하고 퇴직하되, 육아휴직 및 출산휴가 관련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형식적 근로관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합의했다는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고 B 변호사 또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를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도 "근로관계 종료에 관한 근로자의 동의 내지 상호간 협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A 변호사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B 변호사가 통상적인 근로관계와 달리 출산휴가 급여만 받는 대신 로펌에서 받은 급여를 반환하기로 했고, B 변호사가 사건 직후 다른 법인을 설립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