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못 가는 임윤찬 국내 공연…"일본행 비행기표 그래서 끊었다"

입력
2024.01.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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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매진' 25일 서울시향 공연 앞두고 
임윤찬 팬들 해외 연주 일정 공유
임윤찬·조성진...스타 연주자 보러 해외로
일본 임윤찬 리사이틀은 5회 중 2회 매진
"공연계, 연주자 수준 못 받아내" 지적도

"'황제(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로 들썩들썩하지만 전 미련 버렸습니다. 광탈(티켓 예매 전쟁에서 빠르게 탈락)해서 마상(마음의 상처) 입느니 일본 가서 올해 첫 '쇼튀드(쇼팽 에튀드)' 들을 테다 다짐하며 인내해 왔네요."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오는 25, 26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서울시향 협연을 앞두고 팬 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이런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취케팅(취소표 티케팅)' 성공담과 더불어 자주 거론되는 주제는 임윤찬의 올해 해외 연주 일정. 쇼팽 에튀드를 연주하는 일본 리사이틀과 미국 뉴욕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 미국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협연 등 2월 일정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히 오간다. 좋아하는 연주자의 공연을 보려 해외 여행을 떠나는 음악 팬이 늘면서다.

"돈 있어도 못 가는 임윤찬·조성진 연주회"

공연장 수와 수용 인원이 한정적인 한국 여건상 티켓파워가 압도적인 스타 음악가의 연주회는 돈이 있어도 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임윤찬의 이번 서울시향 협연은 티켓 판매 시작 1분도 안 돼 매진됐고, 서울시민 50명(인당 2매) 초청 이벤트 신청자는 1만6,861명에 달해 당첨 경쟁률이 337 대 1에 달했다.

일부 음악 팬들이 해외 공연으로 눈을 돌리는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임윤찬의 연주를 듣기 위한 50대 여성 류모씨의 해외 투어는 2022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시작됐다. 올해는 2월 일본, 보스턴, 뉴욕에 가고 3월엔 파리로 향한다. 일본은 리사이틀과 오케스트라 협연 일정을 챙기느라 두 차례 방문했다.

가까운 일본 공연은 서울 공연 못지않게 인기가 많다. 임윤찬의 다음 달 일본 전국 순회 리사이틀은 5회 공연 중 2회가 매진됐다. 팬 카페엔 일본 연주회 티켓 양도 문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임윤찬의 밴 클라이번 우승으로 해외 연주 투어 수요 늘어

해외 연주회 투어 수요는 2022년 임윤찬의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쩍 늘었다. 여행사와 공연기획사는 연관 상품까지 출시했다. 오는 4월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런던 필하모닉 협연과 임윤찬의 리사이틀이 영국 런던에서 잇따라 열려 두 공연을 묶은 여행 패키지 상품이 여러 종류로 판매되고 있다.

팬들은 나라별로 다른 티켓 판매 시스템이나 현지 대중교통 정보도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일본의 경우 선예매 때 현지 주소와 전화번호를 요구하고 편의점에서 티켓을 수령해야 하는 등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관람 문화도 다르다.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는 "한국은 커튼콜 때 사진 촬영이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일본은 촬영이 금지된 경우가 많다"며 "더 많이 준비하고 해외 공연장을 찾으면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다닐수록 한국 공연 기획의 획일성 절감"

이들은 비행기에 오르는 이유가 특정 연주자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40대 여성 지향미씨는 지난해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조성진의 협연을 11월 내한 공연에 앞서 10월 현지에서 감상했다. 그는 "티케팅이 어렵고 암표까지 극성인 데다 공연장 환경이 뛰어난 편이 아닌데도 티켓값은 너무 비싸 요즘 한국 연주회는 잘 가지 않는다"며 "해외 공연을 많이 접하면서 한국 공연 프로그램이 연주자의 인지도에만 기대어 획일적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연주자들의 위상은 세계적 수준으로 높아진 데 비해 기획의 다양성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고 꼬집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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